고려아연-MBK·영풍, 경영권 분쟁 2라운드...美정부 백기사에 법원 가처분

  • MBK·영풍, 미국 정부 JV 대상 3자 유증 정지 가처분

  • 유증 성사되면 양측 지분율 비슷해져...최윤범 회장 유리

  • '신주인수권 예외' 놓고 양측 논리 맞부딪쳐

서울 종로구 소재 고려아연 본사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소재 고려아연 본사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 정기 고려아연 이사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을 백기사(우군)로 확보한 가운데 MBK·영풍 측은 유상증자를 결의한 이사회 결정 무효화를 법원에 요구하며 주주총회 의결권이 앞서는 현재 구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갔다.

16일 MBK·영풍은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신규 제련소를 짓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 만큼 이번 가처분 신청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이번 가처분을 놓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전날 미국 제련소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타법인증권취득자금 형태로 2조851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기업·투자자들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합작회사(JV) 미국 '크루시블 JV'다.

이번 결정을 통해 주당 129만133원에 신주 220만9716주가 발행된다. 유상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가 1934만3263주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주식의 10.25%에 상당하는 신주를 발행한다.

유상증자가 최종 확정되면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 측 지분구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양측은 지속해서 장내 매수를 진행하며 지분율을 확대했다. 현재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44.24%를,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세력 포함 약 32%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지분율로 따지면 현재까지는 MBK·영풍 연합이 앞선다.

MBK·영풍 측은 이렇게 유리한 지분율을 토대로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에 우호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입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19명이 정원인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측 인사 15인 대 MBK·영풍 측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최 회장 측 인사 4인이 영풍·MBK의 소송으로 효력이 정지돼 실제로는 11대 4 구도다. 

때문에 이사회 절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유상증자도 최윤범 회장의 구상대로 통과시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이 유지되면 내년 3월 고려아연 이사 6인의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집중투표제를 고려해도 이사회가 8대 7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 절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주요 경영상 판단을 최윤범 회장 뜻대로 통과시킬 수는 있지만 이사회 내에서 MBK·영풍 측 목소리가 한층 커질 공산이 크다. 

이번 유상증자의 효력이 확정되어 미국 정부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 중 10.25%를 확보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MBK·영풍 지분율은 44.24%에서 40.22%내외로 희석되고, 우호세력 포함 최 회장 측 지분율도 약 32%에서 29%로 희석된다.

겉보기에는 양측 모두 지분율이 줄어드는 구조지만 미국 정부 JV라는 변수가 있다. JV의 최대 주주는 지분 40.1%를 보유한 미국 전쟁부(국방부)다. 미 정부가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25%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정부를 이번 거래를 주도한 최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보게 되면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단숨에 39.25%까지 확대되며 양측이 사실상 동률이 된다. 여기에 고려아연 지분 5%내외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까지 최 회장 손을 들어주게 되면 2027년에 고려아연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MBK·영풍 측 구상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법원 가처분과 이어질 본안 소송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쟁점은 두 가지다.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 신주인수권의 예외인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인지와 개정 상법이 규정한 '주주 충실의 의무'에 반하는지다.

현재 상법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요건을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의 효력만 인정한다. 지분율 희석으로 주주권을 침해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미국 투자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미국과 우방국의 블록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서방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고도화된 경영상 판단이라고 강조하며 법원을 납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MBK·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일 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부당함과 이번 이사회 소집 절차의 절차적 문제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상법의 경우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가 없을 경우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에서 법원은 "주식회사 자금조달 필요성의 판단, 수단의 선택, 시기와 규모 결정 등은 모두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 속하므로 그 방식이 법령과 정관에 부합하는 한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미국과 통상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려아연의 미국 내 제련소 건립을 광물 주권 확보를 위한 '미국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에서 연간 54만 톤(t)의 필수 자재를 생산하는 최첨단 핵심광물 제련소 및 가공 시설을 테네시에 건설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고려아연과 함께 발표했다"며 "미국은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몬, 구리, 은, 금, 아연 등 고려아연의 확대된 글로벌 생산에 우선 접근권을 확보해 전투기와 위성부터 반도체 제조공장과 전력망까지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