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원가와 수익, 금융기관의 건전성, 물가와 가계 부담으로 연쇄 전이된다. 특히 방어 수단이 제한적인 중소·중견기업은 환율 충격의 1차 피해자가 된다. 과거 키코(KIKO) 사태가 이를 증명했다. 위험이 현실화된 뒤에야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은 정책이 아니라 사후 수습에 가깝다.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면서 기업과 은행이 맺은 일부 FX 트리거(환율 조건부) 계약이 다시 위험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손실을 막기 위해 체결한 환 헷지 상품이 오히려 기업 손실을 키우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키코 사태 역시 이런 구조적 설계에서 비롯됐다.
금융권은 “현재의 FX 트리거 상품은 과거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레버리지 구조가 없고 즉각 청산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구조가 완화됐다는 것과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환율 상승으로 기업 손실이 확정되는 순간, 그 부담은 결국 금융권으로 전이된다. 기업 부실은 은행의 파생계약 평가손실과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진다. 위험은 형태만 바꿔 남아 있다.
고전은 이미 답을 줬다. 한비자는 “환난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다스리지 않았을 뿐이다(患不在突 在不治)”라고 했다. 키코 사태는 시장 실패 이전에 관리 실패였다. 같은 유형의 위험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기본이다. FX 트리거 상품에 대한 점검, 취약 기업에 대한 선제적 관리, 금융권의 위험 전가 차단은 최소한의 정책 책임이다. 환율 변동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환율 충격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1500원은 경고선이다. 기본을 지키면 위기는 관리된다. 기본을 놓치면 숫자는 다시 위기의 방아쇠가 된다.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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