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미제 '영월 농민회 살인사건' 60대 피고인, 대법서 무죄 확정

  • "족적 감정만으로 범인 단정 어려워"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20여년 전 발생한 '영월 농민회 간사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60대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 일치 여부 등에 관한 감정 결과만으로 범행 사실을 인정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 2004년 8월 9일 오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의 간사로 활동하던 B씨의 목과 배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증거가 부족해 미제 사건으로 남겨졌다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뒤 2014년부터 재수사가 시작됐다.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B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 샌들의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내용 등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1월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3년 7개월에 걸친 보강 조사를 통해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 간 일치 여부에서 나뉘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샌들 족적을 남긴 사람이 범인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몰래 샌들을 신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까지 이뤄진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3번의 감정은 '일치' 결과가 나왔지만, 2번은 '양 족적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할 만한 개별적 특징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족적 감정 결과가 엇갈리고 지문이나 DNA 등의 보강 증거도 없다"며 "족적만으로는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간접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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