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불거는 이 혼란의 현실을 압축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상황 진단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역은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이라 하면서도, 변화 속에서도 근본을 지켜야 한다(守正)고 일러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약이강(弱而強)”이라 했다. 유연함을 잃지 않는 기본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라는 뜻이다. 성경 또한 “지혜로운 자는 반석 위에 집을 짓는다”고 말하며 흔들림 없는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전의 가르침은 모두 같다.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국가가 의지해야 할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사회는 여러 영역에서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정치권과 여론 환경은 사실보다 감정이 앞섰고, SNS는 오리떼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추지약무(趨之若鶩)처럼 한순간에 쏠렸다가 뒤집히는 불안정성을 반복했다.
혼란 속에서도 원칙을 지킨 영역은 버텼고, 원칙을 잃은 영역은 흔들렸다. 이 대비는 오늘 한국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분명한 메시지다. 세계적 흐름도 다르지 않다.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AI·반도체 전략의 큰 방향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AI 원칙을 정립해 공공성의 기준을 세웠다. 일본 역시 장기 침체의 교훈을 바탕으로 거버넌스 개혁을 지속하고 있다.
변화가 크더라도 국가적 원칙을 유지한 곳은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다. 변동불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국가 운영의 기본, 정책 결정의 원칙, 사회 공동체의 상식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일시적 여론에 흔들리는 판단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거셀수록 지켜야 할 기준은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
기본, 원칙, 상식. 이것이 오늘 변동불거가 한국 사회에 남기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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