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는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개막했다. 개회사에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언급하며 이번 공청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천 처장은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을 줄이고, 자신의 억울함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한 세종대왕의 정신은 오늘의 사법 접근권 논의와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기관 평가에서 우리 사법부가 재판 신속성과 효율성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여온 점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 사법불신이 높아진 현실 앞에서 성찰해야 한다"며 "공청회에서 제시될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축사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정성호 장관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 정 장관은 "사법제도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과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역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공론의 장 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전에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는 재판 지연 문제와 사실심 인력 확충 필요성이 핵심 논점으로 부상했다. 발표를 맡은 기우종 서울고법(인천) 판사는 재판 처리기간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 다수의 사건이 1·2심에서 종결되는 만큼 사실심 단계의 지연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실제로 1심 민사합의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2017년 293.3일에서 지난해 437.3일로 49% 증가했고, 형사합의 사건도 같은 기간 31% 늘었다. 기 판사는 코로나19 영향, 사건 난도의 상승, 법관 평균연령 증가 등을 지연 원인으로 꼽으며 "사실심 인력과 재판 지원 자원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후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재판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발표를 맡은 이준범 인하대 교수와 유아람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판결문 공개 확대, 재판 중계 제도 개선, 디지털 증거 증가에 따른 절차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판 중계의 경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성 훼손 우려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현실적 난제로 지적됐다. 토론에는 김세웅 법률신문 편집국장, 손흥수 대한변협 변호사, 유승익 참여연대 소장, 정상태 율촌 변호사가 참여해 투명성 확대가 공정성 강화로 이어지기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노동법원 설치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국민의 사법참여를 넓히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제기됐다. 발표자인 이종길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권오성 연세대 교수는 노동 전문재판부 구성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참여재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을 제안했다. 김태욱 변호사, 조정민 부장판사, 최정은 중앙대 교수, 홍진영 서울대 교수가 참여해 참여재판 운영상의 문제점과 국민 법감정 반영 한계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가 "사법부의 결론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공론 형성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청회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지며, 10일에는 인권보장과 상고제도 개편, 대법관 증원 문제가 다뤄진다. 마지막 날에는 김선수 전 대법관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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