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공개 강연을 했다. 이번 강연은 10일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을 앞둔 행사로, 평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대중과 직접 만난 이례적인 자리였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는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30분 넘는 강연에서 헝가리어로 천사와 인간의 존엄성, 희망 혹은 그 부재, 반항, 현대인의 불안과 구원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특유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펼쳐보였다.
노벨재단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설문은 그의 작품 스타일 그대로 마침표가 거의 없이 쉼표로만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이 특징이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 "옛 천사들"과는 달리 "새로운 종류의 천사들은 날개도 없고 전할 메시지도 없다. 그들은 평상복을 입고 우리 사이에 존재할 뿐이며, 원한다면 알아볼 수 없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단순히 저기 서서 우리를 바라볼 뿐이며, 우리의 시선을 찾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메시지를 전달해달라는 간청"이라면서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전달할 메시지가 없다"며 절망적 인식을 드러냈다. 희망이 바닥났기에 희망 대신 천사에 대해 말하겠다고 서두에서 밝힌 대로 그는 희망이 부재한 세상에 대해 길고 어려운 말들로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 곳곳에서는 희망의 부재와 전쟁이 만든 현실에 대한 그의 비유가 이어졌다. 그는 "제 앞에 선 새 천사들의 끔찍한 이야기를 포착하면 충격과 붕괴의 순간이 저를 덮친다. 그들이 우리 때문에, 우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각자 때문에 희생한다는 이야기(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전쟁과 오로지 전쟁, 자연에서의 전쟁, 사회에서의 전쟁, 이 전쟁은 무기로만, 고문으로만, 파괴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한쪽 저울 끝의 모습이지만, 저울의 반대편에서도 일어난다. 왜냐하면 단 한마디의 나쁜 말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며 인간 사회 곳곳에 스며든 폭력성을 강조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는 1985년 발표한 데뷔작 '사탄탱고'로 헝가리 농촌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묵시록적 분위기로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저항의 멜랑콜리'(1989), '서왕모의 강림'(2008),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맨해튼 프로젝트'(2018), '궁전을 위한 기초작업'(2018), 중단편소설집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료 발표하며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전작(全作)"에 상을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채택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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