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인도에 신규 조선소 짓는다…美·中 겨냥한 투트랙 전략

타밀나두 주 정부와 업무협약 체결

향후 항만시설 등 대규모 투자 예정

지리적·원가 경쟁력 이점으로 中 견제도

HD현대가 인도 타밀나두주(州) 정부 투자청과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다레즈 아하메드 주 투자청장, 라자 주 산업부 장관, 스탈린 주 총리,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 [사진=HD현대]

이달 초 공식 출범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첫 행보로 인도를 택했다. 인도에 초대형 조선소를 설립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넘어 중국 저가 공세에도 적극 대응해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겠단 전략이다. 

HD현대는 8일 최근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주(州) 정부와 협약을 맺고 현지 신규 조선소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세계 5위 조선·해운 강국으로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인도의 조선·해운 산업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건 프로젝트로 현재 1500척 수준인 상선 선대를 2500척으로 확대하고 세계 조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HD현대의 신규 조선소 건립 후보지로 꼽히는 타밀나두주 투투쿠디 지역은 기온, 강수량 등이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과 유사해 최적의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 타밀나두주는 이미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지역으로 인근 항만시설 역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HD현대의 이번 인도 투자는 단순한 해외 생산 거점 확보를 넘어 중국 조선업 공세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 당시에도 HD현대는 경쟁력 있는 해외 조선소를 활용해 벌크선·탱커 등 제조 원가 문제로 중국에 밀렸던 범용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고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인도는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탈(脫)중국' 전략의 대안으로 꼽힌다. 인도는 정치·외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유럽·중동과 동시 교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인도 특유의 낮은 인건비와 전력비, 부지 비용 등을 활용해 조선 원가 경쟁력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HD현대는 인도와 꾸준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7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협력 범위를 함정사업으로 확대하며 인도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인도는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가 강해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인도와 조선·해양 분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