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4년 연장 여파] 엎친데 덮친 대형마트…수익성 떨어지자 매물 '찬밥 신세'

  • 인력 줄고 곳곳서 폐점

  • 의무휴업 등에 매출 확보 어려운데

  • 고정비 지출 여전해 수익구조 악화

  • 골목상권 보호 정책…실효성 없어

  • 전문가 "단순 경쟁으로 보면 안돼"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공개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기업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한때 '대어'로 불리던 대형마트 매물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환경과 대형마트 규제 장기화 속에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력 감축과 점포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산업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매각 시장까지 냉각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통한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으나 9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공개 매각 본입찰에는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한때 이마트에 이은 업계 2위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형 매물로 평가 받았으나 현재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월 2회 의무휴업, 심야 영업 제한과 같은 규제가 인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런 규제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29년까지 연장돼 부담은 가중됐다. 현재 대형마트는 유통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월 2회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매출 확보가 가능한 시간대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반면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해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처럼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가 무너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라인과의 경쟁 때문"이라며 "여기에 휴무일과 영업시간 규제까지 더해져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는 인력 감축과 점포 정리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직원 수를 2019년 6월 말 1만3000여 명에서 올해 6월 말 1만245명으로 줄였다. 이마트 역시 2만5000여 명에서 2만3000여 명으로 축소했다. 양사 직원 수가 5000명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홈플러스도 지난 1월 대형마트·익스프레스 부문 공채를 진행한 이후 회생 절차 개시와 함께 공채를 중단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업계 전반에서 고용 규모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유통법 정책 취지 역시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박정은 교수는 "최근 연구를 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는 오히려 인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매출도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이 연간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 소비는 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중대형 마트가 의무적으로 휴업한 일요일 전통시장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 구매액(630만원)보다 오히려 적었다. 또 2015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대형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1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몰 구매액은 350만원에서 8170만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하나의 상권에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소상공인이 함께 들어와 상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낙수효과 혹은 분수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며 "대형 유통과 소상공인을 단순 경쟁 구도가 아니라 상권 간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방식의 규제 틀에만 머물면 가장 큰 부담은 결국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유통 산업 전반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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