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제 입법을 예고하며 은행의 ‘계좌 지급 정지’ 제도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상 책임을 덜기 위해 은행이 지급 정지 제도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연내 개정안 입법을 목표로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제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 보상 범위나 면책조항 등 세부 사항이 관건인데 이를 금융사와 조율 중이다.
당국은 기존 보이스피싱 피해액에 대해 최대 100%까지 배상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은행권이 ‘과실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점을 이유로 반발하며 최종안 확정까지 마무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법무법인에 무과실 배상에 대한 적법성 검토를 의뢰했고 위법 결론을 받았다.
최종 논의를 거쳐 내년 중 무과실 배상 책임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계좌 지급 정지 제도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은행은 현재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가 돈을 입금한 통장에 대해 자금 인출을 정지시킬 권한이 있다. 만약 무과실 배상 책임제가 시행되면 은행은 배상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계좌 지급 정지 신청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유리해진다. 당국은 면책조항 중 하나로 은행이 소비자에게 미리 보이스피싱 위험성을 고지했을 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계좌 지급 정지가 쉬워지면 개인적인 보복을 목적으로 상대방 계좌를 묶는 등 제3자에 대한 피해는 물론 금융 시스템 신뢰도까지 저하될 수 있다. 한편으로 은행은 계좌 지급 정지 제도의 본래 목적인 보이스피싱 방지보단 '면책'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지급 정지 제도를 보이스피싱 외 목적으로 신청하려는 이들이 많다"며 "단순히 잘못 보낸 돈을 되찾으려 하거나 허위 신고일 때 그에 따른 피해는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급 정지는 일차적으로 은행원 판단에 신청 가능 여부가 갈리는 만큼 제도 문턱이 낮아지기는 더 쉽다. 기본적으로 은행원은 소비자 얘기를 듣고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규정된 보이스피싱 사례가 맞는지 판단한다. 사실상 같은 사례여도 은행원 재량에 따라 지급 정지 여부는 물론 보이스피싱 피해 확대 가능성 등이 크게 달라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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