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닫는 가계] 가계 소득 늘었지만 지갑은 닫았다…경기 불안·물가·늦은 추석 복합 영향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사진=연합뉴스]

3분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안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은 가운데, 식료품 등 먹거리 물가가 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평균소비성향)도 낮아지면서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통계청 후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3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가계지출은 400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늘었다. 명목 기준 소득과 지출은 모두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에서는 소득과 지출 방향이 갈렸다. 3분기 전체 가구의 실질 소득은 466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지만, 가계의 실질 지출은 343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실질 소비지출(-0.7%)과 비소비지출(-2.8%)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실질 소비지출 감소는 통상 소비심리 위축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가계가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 속에서도 소비 여력이 있음에도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3분기 가계의 월평균 명목 흑자액은 12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흑자율도 32.8%로 같은 기간 7.3%포인트 상승했다.

먹거리 지출 감소도 두드러졌다. 전체 소비 품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의 3분기 월평균 실질 지출은 36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 수준에 부합했지만,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같은 기간 3.9% 상승했다. 먹거리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 흐름을 유지하면서, 가계가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늦은 추석 시점 영향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물가 영향도 있겠지만 올해 추석 연휴가 늦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추석 연휴 관련 지출이 3분기에 일부 반영되지만, 올해는 4분기 초로 넘어가며 지출 통계상 감소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가구의 순소비 성향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2%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낮아졌다. 3분기 말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확대돼 가계 전반의 소득은 증가했지만, 실질 소비지출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이는 경기 둔화 전망 속 가계의 선제적 지출 축소 대응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서 과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소득 증가 영향이 실질 지출 감소 요인보다 조금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민생지원금 지급으로 이전소득이 확대되면서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경향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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