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비상계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일 결단코 없어"

  • "국민과 가족, 지인, 동료 공직자에게 차마 얼굴들기 어려워"

  • 특검, 징역 15년 구형..."내란 범행에 가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을 동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재판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일은 결단코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에 대해 가슴 깊이 죄송하다"며 "저는 지난 1970년 경제 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외길을 걸었다. 해외 원조로 예산을 짜고 우리나라 첨단 산업이 발전됐고 전세계 수많은 나라와 FTA맺고 수출 신화를 쓰는 걸 봤다. 경제일선에 있는 국민에게 제 작은 힘을 넣는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매순간 제가 맡은 소임에 전력하는게 (국민께)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 길 끝에 비상계엄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곤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그날밤 윤석열 대통령께서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시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절벽에서 떨어지듯 맥락도 분명치 않아 어떻게든 대통령의 뜻을 돌려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힘이 닿지 않았다"며 "저 혼자서는 막을 도리가 없어 다른 국무위원들을 모셔서 다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지만 그 역시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저는 그동안 그날 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했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다시 물었다"며 "여기 계신 어떤 분보다 제가 스스로를 혹독하게 추궁했다. 그날밤 혼란한 기억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감이 사무칠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저는 그 괴로움을 죽는날까지 지고가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괴로움은 세월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을 괴로움이다. 그동안 저를 믿어준 국민에게 저의 모든 순간 함께해준 가족과 지인과 동료 공직자한테 가슴 아프고 부끄러워 차마 얼굴들기 어렵다. 황망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는 못했지만,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비상계엄을 도우려 한일은 결단코 없다"며 "그것이 역사적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이라며 진술을 마쳤다.

이날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대통령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이며,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이 손상됐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이로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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