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9년 만에 돌아온 '주토피아2'…전편 넘어선 확장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름'은 때로는 새로움을, 때로는 두려움을 준다. 낯설기 때문에 궁금해지고 낯설기 때문에 먼저 경계하게 된다. 우리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정작 자기와 다른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 망설임과 공포를 경험한다. 영화 '주토피아2'(감독 재러드 부시·바이론 하워드)는 이 '다름'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이 혐오로 비틀어지는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전편이 편견을 발견하는 이야기였다면 속편은 우리가 그 편견을 정말 내려놓았는지 묻는다.

공식 파트너로서 첫 임무에 투입된 토끼 주디(지니퍼 굿윈)와 여우 닉(제이슨 베이트먼).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두 캐릭터는 출발부터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 주디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고 닉은 상황을 계산하며 속도를 조정하는 쪽이다. 이 온도차는 사건 현장에서 잦은 실수를 만들고 둘은 어느새 경찰서 내 문제아로 분류된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수사에 매달린 이들은 도시의 질서를 흔드는 미스터리한 존재, 푸른 뱀 게리(키 호이 콴)와 마주하게 된다. 주토피아에서 파충류는 오랜 시간 배제의 대상이었다.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도시 전체가 술렁이고 공포는 순식간에 여론이 된다. 혼란 속에서 주디와 닉은 잠입 수사에 돌입하고, 주토피아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단서와 예상치 못한 진실에 다가간다.

전작이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문장을 내세웠다면 이번 작품은 그 문장에 정말 '모두'가 포함돼 있었는지 조심스럽지만 또렷하게 되묻는다. 영화는 이 질문을 설교처럼 밀어붙이지 않는다. 유머와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심어두고 관객이 따라오는 동안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도록 한다. 그래서 메시지는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다. 어느 순간 영화가 던진 질문이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세계관과 비주얼은 한층 확장됐다. 총 67종 178마리 캐릭터가 등장하고 사막 축제 한 장면에만 5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투입된다. 특히 반수생 동물들의 거주지 '습지 마켓'은 이번 작품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응축된 공간이다. 물 위에 떠 있는 구조, 바다코끼리·비버·수달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환경 그리고 수중·지상 액션이 끊김없이 이어지는 추격 시퀀스는 '애니메이션이라 가능한 상상'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장면이다.

액션 시퀀스의 볼거리 역시 전편보다 한 단계 더 커졌다. 카체이싱, 수중 추격, 잠입 작전 등이 이어지며 장면마다 속도감이 살아 있고 화면이 꽉 찬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는 스케일과 리듬이 있다.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살려내면서도 특유의 유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 보는 재미가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동물을 단순히 외형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종이 가진 문화적 이미지와 장르적 상징까지 캐릭터에 입힌 방식이다. 금빛 갈기를 휘날리며 등장하는 말 시장은 오래된 액션 스타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제스처로 등장하고 도마뱀 정보원은 서부극 속 건맨처럼 눈빛과 정적을 먼저 던진다. '습지 마켓' 속 비버와 바다코끼리는 생태 다큐멘터리 특유의 느슨한 리듬을 따르면서도 정확한 코미디 타이밍으로 장면을 완성한다. 이러한 디테일은 캐릭터를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고 관객이 '새로운 캐릭터를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존재를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그만큼 세계관은 촘촘해지고 캐릭터는 더 오래 남는다.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2'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반가운 얼굴들은 여전히 이 세계를 단단하게 잇는다. '속도 광' 나무 늘보 플래시, '주토피아' 팝스타 가젤 등은 전편을 사랑한 관객에게 안정적인 정서를 제공한다. 여기에 팟캐스터 니블스, 새로운 시장 윈드댄서, 상담사 퍼즈비 박사 등 새로운 얼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세계는 더 넓어지고 결이 깊어진다.

음악은 이번 작품의 분위기를 봉합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샤키라가 전작의 '트라이 에브리 띵(Try Everything)'에 이어 신곡 '주(Zoo)'로 다시 무대를 연다. 에드 시런과 블레이크 슬래킨이 참여한 OST는 여정의 감정선을 음악으로 이어 붙인다. 26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8분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 이어지는 쿠키 영상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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