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월가가 ‘AI 폰지 사기’라고 부르는 구조
엔비디아가 11월 19일 또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이 570억 달러, 전년대비 62% 폭증했다. 순이익률 53%, 순이익 319억 달러로 숫자만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기업이다. 그런데 발표 다음 날 주가는 6.8% 폭락했다. 그 이유로 월가가 지목한 것은 빅테크들의 매출채권 회수기간(DSO)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메타·MS·아마존이 GPU를 미친 듯이 사들이고 있지만 현금은 안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고 AI 투자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신호다.
오픈AI는 더 심각하다. 모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부터 지금까지 넣어준 돈 130억 달러 중 116억 달러를 이미 소진했다. 오픈AI지분 27%를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3분기 보고서에 공시된 오픈AI 손실을 기반으로 오픈AI의 분기 손실을 추정해보면 3분기에만 115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1000억 달러 오픈AI 투자는 엔비디아 돈으로 OpenAI 데이터센터 구축, 엔비디아 GPU 구매, 엔비디아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투자가 매출을 부풀리는 순환거래다. 월가는 이를 ‘AI 폰지 사기(AI Ponzi Scheme)’라고 부르는 구조다. 이 순환은 지속 가능할까? 월가 전문가들은 “오픈AI의 수익화 실패 시 폭발적 붕괴”를 경고한다.
버블은 반드시 터진다. 2026~2027년이 그 시점이다.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다 드러난다. 그때 살아남는 회사는 LLM(대규모 언어모델) 파라미터 수를 자랑하는 회사가 아니라, AI를 제조·의료·에너지·국방에 붙여 실질 수익을 내는 회사들이다. 그리고 살아남는 회사들이 AI 구축에 GPU 외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단 하나가 있다. 바로 고속광대역 메모리,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 HBM은 AI의 산소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2025년 10월 컴퓨텍스에서 직접 말했다. “HBM이 없으면 AI는 없다.” Blackwell B200 GPU 한 대에 들어가는 HBM3e만 192GB, 8개 스택, 비용만 2만 달러다. HBM이 없으면 최신 GPU도 벽돌이다. 엔비디아의 Q3 실적에서 데이터센터 매출 원가의 50% 이상이 HBM 관련으로, HBM이 AI 인프라의 ‘핵심 병목’임을 증명한다.
지금 세계 HBM 시장의 80%를 한국의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Hi 수율 안정화와 엔비디아 독점 공급이 이 초격차의 원동력이다. HBM3e 이상에서 마이크론은 아직 기술력이 떨어지고 중국은 걸음마 단계다. 욜 그룹(Yole Group)은 HBM 시장이 2025년 340억 달러에서 2030년 1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이 HBM에서 80% 점유율을 5년간만 지키면 2030년 연간 수출이 800억 달러(약 118조원), 5년간 누적 2720억 달러(약 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2024년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 1250억 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만약 점유율이 40%로 떨어지면 400억 달러에 그치고, 누적이익 차이만 200조원이다. 지금 HBM반도체는 돈이 아니라 국력이다. HBM 공급망 장악은 경제 효과만이 아니고 AI 무기화 시대의 ‘전략 자원’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은 CHIPS Act(반도체 지원법)로 527억 달러를 푼다. 인텔 85억, TSMC 66억, 삼성 47억, 마이크론 62억 달러를 퍼주고 있다. 중국은 3기반도체펀드 484억 달러를 반도체에 쏟아 붓는다.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 HBM은 AI의 산소다. 그런데 이 AI시대 산소를 한국이 80% 통제하고 있다. 제조시대에 중동이 석유를 쥔 것 같은 강력한 카드다.
초격차는 영원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HBM3e 엔비디아 승인이 8개월 늦어 점유율이 추락했다. 중국 CXMT는 2026년 HBM3,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국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6년 HBM4에서 한국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한번 흔들리면 끝난다. 희토류에 발목 잡힌 일본이 센카쿠열도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에 25년째 고개 숙이는 걸 똑똑히 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6년 이후 HBM 공급 과잉 우려로 가격 하락 가능성을 지적하며, 한국은 생산확대를 통한 시장지배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HBM을 국가 전략 자산 1호로 격상하고, 국회에서 ‘HBM 주권법’을 만들어 한국의 HBM에서 초격차를 영구화 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이 지원은 재벌기업 지원이 아닌, AI 전쟁의 ‘국방비’로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5가지만 하면 된다. 첫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설 HBM4·HBM5 공장 6개를 재벌 산하가 아닌 별도 법인으로 만든다. 국가(국민연금·산업은행) 지분 49%, 삼성·SK가 기술+51%. 수익 절반은 국민 배당으로 돌아간다. 미국·중국이 이미 하는 방식이다.기업이 공장 1개 지을 돈으로 정부와 사회의 참여로 2개를 짓는 것이다. 이는 HBM에서 절대적인 시장지배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둘째, 2026~2030년 50조원을 ‘HBM 국방비’로 투입한다. 투자세액공제 60%, R&D 세액공제 100%를 해주는 국가 보증 R&D를 도입한다. Yole의 전망에 따르면 이 투자는 5년 누적 400조원 수익을 낼 수 있다.
셋째, HBM을 희토류급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한다. 미국이 ASML EUV를 통제하듯. 필요하면 누구에게든 공급량 조절을 가능하게 만들어 HBM을 ‘AI 무기’로 만들어, 미·중의 기술전쟁에서 한국의 중립적 우위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핵심 소재·장비를 5년 내 100% 국산화 하는 것이다. 일본 소재 의존, 미국 장비 의존 상황을 소부장 집중투자로 공급망 자립을 이루어야 한다.
다섯째, 인재 부족이 초격차의 최대 리스크다. 국내외 박사 1만명 확보, 즉시 영주권 같은 해외인재의 파격지원, KAIST 등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5배 확대, 등록금 국비 지원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 서부 골드러시 때 황금을 누가 캐든지 간에 청바지 장사는 돈 벌었다. 지금 누가 AI에서 황금을 캐든지 간에 HBM은 안정적 수요를 보장한다. 30년 뒤 우리 손자들이 “그때 왜 안 했냐”고 묻지 않게 하려면 파격적인 반도체지원법과 ‘HBM 주권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답이다. 지금이 100년 만에 온 기회이고 결단은 정치의 몫이다. 한국이 AI 시대의 ‘메모리 제국’이 될지, 아니면 부품 공급국으로 전락할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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