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마루 전망대] 분리 앞둔 기재부, 예산·세법 주도권 잃고 사기까지 추락

  • 정부안보다 의원안으로 채택 분위기

  • 내부 게시판에는 부처 수장에 대한 서운함

  • 헌법 존중 TF 집중점검 대상에 당혹 표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세종청사 중앙동에는 최근 업무에 열정적인 직원이 예전보다 적어 보입니다. 평소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던 공무원들의 사기가 요즘 확 떨어진 느낌입니다. 1급 신설이라는 달콤한 회유책도 별 효과가 없고, 조직원 사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예산과 세법이라는 부처 핵심 업무에서도 평소보다 주도권을 잃은 모습이 보입니다.

배당소득세 25%로 무게…정부안에 없던 상속세도 등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세제개편안을 한참 논의 중입니다. 조세소위는 여야가 세법 주요 쟁점을 협의하는 자리인데요, 이번 쟁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법인세 인상 등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재부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아요. 정부가 내놓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을 종합소득에서 떼어 낮은 세율을 적용해 배당주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죠. 세제안은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35%였는데, 시장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결국 분위기가 바뀌면서 정부안이 아닌 민주당 의원안, 최고세율 25% 법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어요.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 세율은 정기국회 논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만 문제가 아니에요. 상속세도 정부안에는 없던 내용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배우자 공제 한도 확대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도 정부안에서 후퇴했습니다.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이 시장 반응이 안 좋자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기부 부총리도 참고했으면”…부처 수장에 대한 서운함
이런 상황에서 부처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합니다. 내년 1월이면 기재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는데, 금융위원회와 합치는 안도 논의됐지만 기류 변화로 무산됐죠.

부처 내부에서는 “우리 조직이 소외되고 있다”는 걱정이 큽니다.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지만, 기능이 당초 예상보다 적어 이름뿐이라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세제 기능과 정책 조정만 남는다면 세제지원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한 번 결정된 것은 뒤돌아보지 말고 미련 두지 말라. 직원 아쉬움은 알지만 재정경제부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총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비판이 많아요. 소통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실제 지난 19일 내부 익명게시판 ‘공감소통’에는 과기부 배경훈 부총리 글이 공유됐습니다. “간부들은 불필요한 업무 줄여라. 간부 미래만큼 직원 미래와 가정도 중요하다. 이렇게 일하면 다 죽는다”는 조언인데, 이를 보고 “구 부총리도 배 부총리를 좀 참고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많아요.

외부에서도 부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12·3 비상 계엄’ 관련 공직자 조사 TF가 승인되면서 기재부가 집중 점검 기관으로 포함됐습니다. 휴대폰 제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평소 특별한 일을 하지 않은 부처 공무원 입장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음주 물의 사건에 기재부 파견자가 연루됐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다행히 물의의 수준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기재부는 중심에는 있지만, 주인공은 아닌 느낌입니다. 세제개편이라는 큰 무대 위에서 정책을 실현하면서도, 내부 직원들의 사기와 참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죠. 세율과 법안뿐 아니라, 직원들이 다시 일할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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