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병목 해법] '서울시 정비사업 인허가' 위임 부상…부작용 우려도

  • "1000가구 미만 물량은 약 30%…구에 맡겨야" vs "물량만 공급하면 버스·학교 등 인프라 혼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2구역 재개발 구역을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20251028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2구역 재개발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5.10.28.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에 몰린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인허가권을 자치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을 서울 25개 구청으로 위임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소규모 정비사업은 자치구에서 전담해 인허가 과정을 이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7일 시에 따르면 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정비사업법) 8조에서는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를 시장·도지사·군수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구청장은 정비계획을 지정권자에게 신청해야 한다. 사실상 시의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정비사업 계획 수립, 변경 등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대단지부터 소규모 정비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모아주택 등)까지 시를 통해서만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 인허가권을 구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대단지는 시가, 소규모 정비사업은 구가 정비계획을 맡는 이원화 구조다. 성동구에 따르면 시에서 정비사업장 1054개 중 1000가구 미만인 사업장은 839개로 79.6%를 차지한다. 그런데 가구 수로 따지면 22만8591가구여서 전체(81만 6056가구) 중 28% 수준이다. 1000가구 미만인 사업장을 구가 맡더라도 시가 여전히 서울 정비사업 물량 중 72%를 책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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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는 정비사업 관련 심의 분야에 따라 담당 과마다 하나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용적률·건폐률에 관해서는 도시공간본부 도시계획과 산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필요한 교통·환경 등은 주택실 주거정비과 산하 정비사업통합심의 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식이다. 총 7개 위원회에 모든 정비사업 심의가 몰리다 보니 병목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인근 구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1000가구 이상이다. 1000가구가 많다면 500가구도 괜찮다"며 "그 이상은 서울시가 하고 미만은 자치구에서 하는 걸로 나누면 시에서 걱정하는 부작용도 해결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설명을 들으며 정비사업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20251028 사진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설명을 들으며 정비사업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2025.10.28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렇게 되면 정비사업에 수반한 편의시설·공공임대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일대는 재개발로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10개 구역 중 7개 구역이 입주할 때까지 버스 노선이 개선되지 않아 불편을 겪다가 뒤늦게 개선됐다. 통합 심의에서 개발 초기에 교통·환경 등 인프라 등을 고려하는데 구청장에게 권한이 위임되면 이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와 자치구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성 측면에서 주차장·수영장·체육관 등 주민편의시설과 임대주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구청장 사이에서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빨리 인허가를 안 내준다는 민원이 항상 있고 요건도 안 됐는데 (자치구 등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자치구에 권한이 위임되고 경쟁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된다면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균형 있는 도시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반대 의견을 보탰다. 최근 김윤덕 국토부장관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오 시장은 "민선 구청장의 이해관계는 지역에서 압력이 거세다"며 "자치구 간에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서 시기 조절을 하지 않으면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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