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던 기업들에 '고환율'과 '대미 투자'가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재료 조달 비용이 1년 만에 60% 안팎 오르고, 트럼프 관세 청구서인 대미 투자 확대 부담도 가중되고 있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는 '환율 1500원 돌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수립 중이다. 한 철강사 구매팀 임원은 "원재료 50~9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예측을 잘못하면 사업계획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1년 전만 해도 환율 1350~1400원을 상단으로 잡았는데 올해는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 놓고 3가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1500원을 위협하는 환율은 삼성전자·현대차·SK·포스코·한화·대한항공 등 내년 미국 투자 확대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미국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파운드리와 인공지능(AI) 메모리 후공정을 위한 생산 거점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전기차 공장 증설과 제철소 건설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한화도 펜실베이니아주 한화필리조선소에, 대한항공은 보잉항공기 103대 구매에 천문학적인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기업들이 미국 생산·연구시설 투자를 앞두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아 환율 추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환 시장 딜러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 근접하면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기업들의 달러 네고(매도) 물량이 출회해 환율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며 "불확실성이 고환율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 기업들은 내년 수출 채산성 확보를 위한 평균 적정 환율을 1375원으로 본다. 이미 올해(11월 5일 기준) 평균 환율이 1414원을 상회하고, 내년 평균 환율 전망치는 1456원에 달한다.
고환율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환헤지가 어렵고 해외 원자재 공급 기업과의 환차손에 대한 사전 협의도 미비하다. 한경협 관계자는 "관세에 더해 외환시장 불안정이 수출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단가 조정이나 생산원가 절감 등 기업 자체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만큼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계는 고환율로 누적된 원가 상승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국내외 자동차 원재료 및 생산설비 집행액은 48조896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2조6774억원)보다 14.5% 증가했다. 올해 전체 집행액 가운데 부품비용은 44조5633억원, 원부자재비용은 3조17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3.9%, 19.9%씩 상승했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도 올 상반기 항공기 엔진, 정비 등 원재료 구매액이 4억2602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2억7060만 달러)대비 57.4%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 상반기 원재료 구매액이 1억8368만 달러로 1년 전(1억2517만 달러)보다 46.7% 상승했다. 항공사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외화 환산 손실 규모가 늘어나는데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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