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캄보디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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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집 국립외교원 고문/前주싱가포르대사]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궈 온 사안 중 단연코 으뜸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취업 및 스캠 사기와 납치, 고문 등을 자행하는 국제 조직범죄 문제였다.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우리 대학생이 현지 범죄 조직의 고문으로 사망하였고 수많은 우리 국민들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이다. 이미 현지에서 체포된 범죄혐의자 64명이 국내로 송환되었으나 현재까지 1,000명 내지 2,000명 정도의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에 가담해 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추산이다. 캄보디아와 그 주변 국가에서 국제 범죄에 종사하는 인원이 20만 명을 훨씬 넘는다는 여러 국제기구와 씽크탱크의 발표를 보면 이 조직범죄는 이미 기업화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캄보디아 국민총생산의 40~60 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심각한 피해 상황이 공론화됨에 따라 10.15 우리 정부는 외교부, 경찰청, 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응팀을 파견하여 캄보디아 당국과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현지에 감금된 우리 국민의 송환을 추진했다. 이어 10.27 이재명 대통령과 훈마넷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초국경 범죄 대응과 우리 교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11월부터 캄보디아에 한국 경찰을 파견, 코리아 전담반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업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측 현지 영사 인력도 확충키로 했다. 양국 정부 간의 합의는 향후 한국인 대상 범죄를 척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로 현지 조직범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는다. 우선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타국에 비해 법집행 능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오는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주요 국제기구와 씽크탱크들은 캄보디아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범죄단체간의 유착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미 합법적인 외관까지 갖춘 범죄조직을 캄보디아 정부가 갑자기 척결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양자적인 차원에서 압박만을 가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많은 범죄 조직들이 이미 캄보디아 내 다른 지역이나 인근 라오스 및 미얀마 지역으로 이동한 정황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현지 조직범죄에 대한 대처가 지난한 과제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여러 징후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양자적 차원을 넘어 지역적, 다자적 차원에서의 접근 노력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내 인신매매와 조직범죄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와 국제앰네스티도 캄보디아 내 국제범죄와 인권 유린 상황을 공론화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 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역내 국가들의 협조를 확보할 여건은 조성되어 있다. 또한 최근 미국과 영국이 공동으로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에 제재를 가한 사례를 역내 여타 범죄 발생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한다. 한편 아세안은 2009년 정상회의 시부터 ‘아세안 정치안보공동체 청사진’이라는 문서를 채택한 바 있다. 동 문서에서 회원국들은 비전통 안보 분야 특히 초국경 범죄 및 여타 국경을 넘나드는 도전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어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차원의 구체 조치를 촉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아세안 국가의 경찰이 회원으로 있는 아세아나폴이나 싱가포르에 소재한 인터폴 아시아센터(국제혁신센터)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미 싱가포르 경찰은 캄보디아 내 싱가포르 국적 범죄자들이 중심이 된 34명의 사기조직에 대해 국제적인 수배령을 발령한 바 있다. 또한 다수 범죄조직이 중국계 인사에 의해 운영되는 측면을 감안하여 중국 당국과의 양자적, 다자적 소통 통로도 확보해야 한다.
 
조직범죄를 통해 탈취한 자금을 추적하고 몰수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금융정보분석기관 및 국제자금세탁 방지기구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우리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를 포함한 아세안 모든 회원국과 금융정보교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어 동남아 각국과의 협력을 위한 기본 틀은 갖추어져 있다. 문제는 동 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도록 얼마만큼의 노력을 경주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외적인 문제 해결 노력과 더불어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기성 범죄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 내부 요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결국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및 생산 거점 해외 이전 등으로 젊은이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진 것이 이들이 해외 일자리를 찾게 한 원인이 되고 있기에 경제정책, 산업정책 면에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개도국 내 일자리이지만 소위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사기성 광고를 사이버보안 차원에서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빈번히 벌어지는 사기 양태에 대한 소개와 이의 대처 방안에 대한 대국민 교육도 다수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날로 진화되는 초국경 범죄에 적의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책 역시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양자적 차원에서의 접근 뿐 아니라 다자적, 지역적, 국내적 방안까지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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