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 폐석탄발전소 '카르노배터리'로 되살린다

  • 삼천포화력 2029년 폐지 앞두고 48개월 실증...비배터리 장주기 ESS 국산화 포석

사진한국남동발전
[사진=한국남동발전]


한국남동발전이 문 닫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거점으로 바꾸는 첫 실증사업에 나섰다.

폐지 설비를 그대로 두지 않고,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카르노배터리’로 전환해 전력망 안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남동발전은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책 연구과제로 ‘장주기 카르노(열저장) 배터리 실증 연구개발’이 최종 선정됨에 따라, 지난 28일 착수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업 기간은 48개월이며, 2029년 11월말 폐지가 예정된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를 실증 무대로 활용한다.


카르노배터리는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해 바로 못 쓰는 잉여전력을 고온 열에너지로 바꿔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열기반 장주기 ESS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럽연합(EU)가 차세대 장주기 저장기술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전력→열→전력으로 다시 변환하는 구조여서 대규모로 오래 저장할 수 있고 화재위험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려면 2038년까지 약 20GW 규모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현재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장주기 수단은 이차전지 ESS와 양수발전 정도에 그친다.

남동발전이 이번에 추진하는 실증은 이런 ‘비(非)배터리형’ 장주기 기술 공백을 메우려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삼천포화력은 폐지가 예정된 만큼 기존 증기터빈, 보조기기, 송전망, 부지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남동발전은 이 자산을 그대로 카르노배터리 시스템과 연동해 건설비를 크게 낮추는 한편, 폐지발전소를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전환하는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다른 노후 석탄화력에도 동일하게 이식할 수 있는 전환 표준모델이 확보되는 셈이다.

카르노배터리는 이차전지와 달리 고체·액체 형태의 비가연성 열매체를 사용해 화재 위험이 없고, 저장시간을 수시간이 아니라 수십시간 단위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동발전은 “기존 설비를 재활용하면 양수발전에 준하는 경제성도 노려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폐지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를 실증·운영·설치 인력으로 흡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장주기 카르노배터리 실증은 남동발전이 그동안 발전운영과 열저장 분야에서 축적해 온 기술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삼천포화력 부지를 수소 전소 발전단지, 해상풍력 전진기지와 연계해 저비용·대용량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 전력망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증을 폐지 석탄화력의 친환경 전환 표준모델로 발전시켜 지역과 함께 가는 발전공기업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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