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임원이 사고를 내거나 손실을 입혔을 때 이미 받은 성과급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금융당국이 제도 정비에 나선다. 모호한 현행 규정 때문에 사실상 작동하지 않던 '보수 환수' 장치를 구체화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 임원 성과급은 총 142억원으로 1인당 3억1521만원이 지급됐다. 2023년(1인당 2억2131만원)과 비교하면 42% 증가한 금액이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임원 성과급은 1인당 1억2040만원으로 1년 전(7120만원)보다 69% 늘어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체 임직원 성과급이 각각 1480억원, 1077억원 수준이었다.
은행 성과급이 늘어나는 동안 금융사고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8월 4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62건·1368억원)보다 각각 19.4%, 44.2% 늘어난 수치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강력한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 사고가 생기면 보수를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는 임원 성과급 40% 이상을 최소 3년간 이연 지급하게 돼 있다. 이연 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보수를 재산정하도록 하고 재무제표가 오류나 부정으로 정정될 때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내규에 조정·환수 사유나 절차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조정·환수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금감원 점검 결과 작년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원이었으며 지급된 성과급 총액(1조원) 대비 0.00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전 금융권 성과보수 체계 점검 결과를 토대로 클로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퇴직 이후라도 금융사고가 드러나면 임원들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추진 동력이 과거보다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상품을 출시한 뒤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 많이 받고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며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평가 이후 (손실 등이 나면) 환원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금융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일정 기간 보수를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은 이연 기간 기준을 현행 3년에서 더 늘리고, 수익성 중심의 성과지표에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항목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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