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은 100일 넘게 이어졌고 결국 2023년 11월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AI가 작성한 대본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배우의 외형과 음성 복제 시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제3자나 독립 AI 제작사에 대한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AI를 둘러싼 논의는 한층 현실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 중인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가 실제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배우와 감독들은 “AI는 인간의 창작물을 학습한 결과물일 뿐”이라며 예술 노동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 사례도 파장을 키웠다. 오픈AI의 음성형 챗봇 GPT-4o의 기본 음성 ‘스카이’가 영화 ‘허(Her)’ 속 요한슨 목소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요한슨은 “딥페이크 시대에 개인의 정체성을 보호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결국 해당 음성을 삭제하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AI 활용 논의는 한국 영화계로도 확산 중이다. 강윤성 감독의 신작 ‘중간계’는 국내 상업영화 최초로 AI 기술을 전면 도입했다. 실제 배우의 연기와 AI 시각효과를 결합한 사례로 제작 효율과 창작 윤리를 둘러싼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국내 첫 AI 영화제가 신설되고 AI 시나리오 공모전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학습 데이터 활용 범위, 배우 초상권과 음성 데이터 보호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와 제도 논의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예술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된 만큼 영화 산업은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