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사천피(코스피 4000)’가 가시권에 들어오며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회장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책임경영을 이유로 사뒀던 자사주 평가액이 급상승한 덕분이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걸며 자사주 가치는 점차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 평가액(올해 6월 말 보유 자사주 수 기준)은 연초 24억987만원에서 이달 17일 기준 36억1486만원으로 12억499만원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평가액 상승률은 50%를 넘어섰다.
앞서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주요 금융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당분간 이러한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코스피는 오전 한때 3802.53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가장 많은 자사주로 평가액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연초 9억424만원에 그쳤던 평가액은 13억8429만원으로 불어 차액만 4억8005만원에 달했다. 이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4억4337만원) △양종희 KB금융 회장(1억8097만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1억60만원) 순으로 자사주 평가액 상승 폭이 컸다.
통상 경영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 내·외부에 이러한 의지를 전하고자 자사주를 매입한다. 주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수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진옥동·임종룡 회장은 당장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자사주 매입 목적이 책임경영인 만큼 아직 임기 중인 다른 회장은 사실상 자사주를 매도하긴 어렵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각 금융지주 자사주를 매입한 3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장도 올해 평가액 상승분이 총 6억853만원에 달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4131주(KB금융),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1만5551주(신한금융)를 갖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3000주(하나금융)를 매입했다.
은행장 중에선 정상혁 행장의 자사주 평가액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초 7억4256만원이던 평가액은 이달 17일 기준 11억3678만원으로 올라 차액이 3억9422만원에 달했다. 다만 첫 자사주 매입이 2023년 3월(4851주)이었고, 금융지주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매입가 대비 이익은 더 클 전망이다.
또 이환주 행장은 같은 기간 3억4453만원에서 4억7093만원, 이호성 행장은 1억7040만원에서 2억5830만원으로 보유 주식 평가액이 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10·15 대책처럼 부동산 시장을 계속 조인다면 결국 자금은 증시로 더 흘러갈 것”이라며 “특히 밸류업 우등생인 금융지주 주가는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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