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기업의 ‘고의 상장폐지(상폐)’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엑세스바이오, 한화1우 등이 고의 상폐 의혹을 사는 종목들입니다.
고의 상폐란 무엇이며 왜 발생할까요. 일단 고의 상폐는 기업이 재무제표를 일부러 부실하게 공시하거나, 감사의견 거절을 반복적으로 받아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껏 상장한 기업이 편법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경우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경영진이나 대주주는 횡령·배임 등 부정을 숨기거나, 상장폐지 절차를 활용해 ‘싼값’에 주식을 매입하고 회사를 지배할 수도 있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의 상폐는 주로 회사 내부 부정을 숨기거나 승계 등을 위해 외부 개입 없이 회사를 운영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며 “상폐된 기업은 외부 관계자가 자금 흐름이나 내부 거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폐가 되더라도 주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액주주는 환금성을 잃고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면 대주주는 손해를 입지 않고 회사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의성' 여부입니다. 손해를 보는 소액주주들은 '고의성이 짙다'고 주장하고, 회사나 최대주주 측은 '고의성이 없다'고 반박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엑세스바이오입니다. 거래정지 상태였던 이 회사는 이달 29일부터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엑세스바이오는 체외 진단 전문 기업으로 매출액 요건 미달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앞서 거래가 정지된 바 있습니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일부러 매출을 축소해 고의 상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회사 측은 “고의적인 상장폐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현실성이 없는 주장으로 상장폐지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거래가 재개되면서 고의 상폐 의혹은 자연스럽게 일단락됐습니다.
한화1우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이 종목은 상장주식수가 20만주 미만인 상태가 2개 반기 연속 이어지면서 올해 7월 상장폐지 됐습니다. 이때도 고의 상폐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화가 2023년 7월 자사 1우선주 약 25만주를 장외에서 매입한 후 전량 소각해 상장주식 수를 19만9033주로 낮췄기 때문이죠. 당시 자사주를 단 967주만 덜 소각했더라도 상장 유지가 가능했습니다. 한화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하며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주 보호를 위해 장외 매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주주들을 달랬습니다.
이처럼 고의 상폐 논란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건 그 피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액주주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줍니다. 상장폐지가 되면 주식은 거래소에서 사라져 사실상 환금성을 잃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고의 상폐 가능성을 감지하기 위해 몇 가지 징조를 살펴야 합니다. 상폐를 노리는 기업은 최대주주 변동이 잦은 경우가 많습니다. 매각·승계 등 목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본업이 흔들리는 상태, 내부거래 부각, 횡령‧배임 등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고의 상폐를 구별하고 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소액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를 위해 고의 상폐 사례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규제와 공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