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실적 시즌의 막이 올랐습니다.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에 훈풍이 돌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적이 오른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지는 않습니다. 실적 외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그 중 하나인 전환사채(CB)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에 대한 기대로 솟구치며 연초 대비 약 150% 상승했습니다. 1, 2분기의 실적은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상승분은 상반기에 집중됐고 하반기인 7월 이후에는 10%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최근 1개월 동안은 5.56%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롯데관광개발이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이 1904억원, 영업이익은 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83%, 112.13% 성장한 수치입니다. 여전히 실적 성장성과 시장의 기대감은 높은 편인데, 왜 주가 흐름은 부진한 걸까요?
여기에는 기존 발행된 대규모 CB물량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라는 배경이 숨겨져 있습니다. 전환사채(CB)는 사채지만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채권입니다.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발행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자들은 현금 상환 대신 주식을 택해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CB전환을 행사할 경우 주식이 신규 상장되면서 전체 물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희석됩니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코로나19 시기 동안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이 물량이 언제 시장에 쏟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롯데관광개발의 미상환 CB는 1750억원 규모에 달했습니다.
CB발행은 신용이 낮아 회사채를 찍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인데요. 무리하게 자금 조달을 많이 했을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 문제와 직결되기 마련입니다.
기업의 주가가 CB만기까지 전환가액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채권자는 전환 청구 대신 현금상환을 원하게 됩니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아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상환을 위해 무리하게 대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겠지요.
때로는 CB에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붙는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에는 만기가 되기 전에도 채권자가 원하는 때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할 수도 있지요. 흔히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을 때 행사됩니다.
반대로 기업의 실적이 좋을 땐 CB를 상환할 수 있는 체력도 생기겠죠. 롯데관광개발은 지난달 19일 해외전환사채 1200억원 규모를 현금상환하고, 11월 만기 예정이었던 700억원 규모 CB의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등 재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증권가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임수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11월 29일 만기 예정인 제8-1회 전환사채 809억원을 끝으로 2026년에는 오버행 이슈가 해소될 예정"이라며 "내년 VIP 확대를 통한 고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 주가 구간은 여전히 매력적인 매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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