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398.7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3.7원 내렸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져 온 1400원대 환율에서 다소 내려 섰지만 기업들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치다.
우리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한·미 관세 협상 향방에 따라 1400원대 고환율이 계속되거나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달러 강세로 철강, 정유, 석유화학, 항공 등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업종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가격이 상승해 생산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경쟁력을 잃은 철강, 석유화학은 정부까지 나서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악재까지 마주하게 됐다. 항공업계도 주요 영업비용인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환율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상반기 14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됐다. LG화학 측은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세 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구매 관망세 및 부정적 환율 효과로 적자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달러 상승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미국 관세 리스크로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자동차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25% 관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하반기 실적도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예상치를 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4.9%, 15.9% 감소한 2조6876억원과 2조4235억원으로 추정된다. 관세 부담에 양사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 이상 증발한 셈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관세 영향을 온전히 받는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는 아직 관세가 부과되진 않았지만 미 상무부는 수입 제품에 들어 있는 반도체 칩 내용물 추정 가치의 일정 비율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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