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단체급식업계가 식품기업 및 외식 브랜드와 손잡고 차별화된 메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구내식당이 복지의 핵심 공간으로 부각되면서 협업을 통한 미식 경험 강화가 새로운 경쟁 포인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약 21조2000억원으로, 이 중 민간 부문은 11조5000억원, 공공 부문은 9조7000억원 수준이다.
눈여겨볼 점은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대기업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며 심화되는 경쟁 구도 속에 각 사는 식품기업과의 협업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메뉴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아워홈은 사내식당 협업 프로젝트 '오메이징(OHmazing) 레시피'를 통해 오뚜기와 손잡고 고객 경험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내식당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오뚜기 교자만두, 진라면 소스 등을 활용한 '진만두', 오뚜기 순후추와 이금기 소스를 접목한 '쇠고기후추볶음면' 등 독창적인 메뉴가 제공됐다.
특히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진진'의 황진선 셰프가 참여해 직접 조리와 배식을 진행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아워홈은 앞서 삼양식품과도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향후 협업 브랜드를 확대해 전국 사업장으로 프로젝트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양식품과 함께 매운맛을 콘셉트로 한 '맵덕RUN' 프로모션을 9월 한 달간 200여 개 사업장에서 진행 중이다. 불닭·탱글 제품을 활용한 11종의 신메뉴를 개발해 매운맛 단계별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초보자를 위한 '불닭강정 쫄볶이', 크리미한 매운맛의 '콘마요 불닭볶음밥', 불맛을 강조한 '파이어 인 불닭볶음탕면'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삼양식품 캐릭터 '호치'로 꾸민 팝업 공간에서 가을 운동회 콘셉트 이벤트에 참여하며 브랜드 체험을 즐겼다.
식자재 전문기업 푸디스트는 SL&C 외식 브랜드 '차이797'과 협업해 본사 구내식당을 외식 수준의 프리미엄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지난 17일 청파동 본사에서 열린 브랜드데이 행사에서는 유니짜장면, 샤오롱바오, 청양홍합탕, 야채볶음밥 등 정통 중식 메뉴가 제공됐다. 특히 짜장 소스와 딤섬은 '차이797'의 프리미엄 제품을 그대로 활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살렸다.

푸디스트는 향후 SL&C가 운영하는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사내 특식에 도입하고, 프리미엄 HMR 공동 개발로 협력 모델을 넓혀갈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협업이 늘어난 이유로 '상호 이익'이 뚜렷하다는 점을 꼽는다. 식품기업은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홍보와 신제품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급식업체는 원가 부담을 줄이면서도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체급식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과의 협업은 단순한 메뉴 변화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객 경험 강화라는 전략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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