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검찰개혁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권한 중복, 법적 모호성, 인력·예산 준비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까지 겹치면서 향후 1년간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5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시행까지 1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세부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결국 제도의 큰 틀만 내놓은 채 세부 설계를 비워둔 상황에서 향후 1년은 개혁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관 간 권한 조정 △영장청구권 해법 △인력·예산 안정화 △보완수사권 처리 방식 등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개혁의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정교함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가장 큰 문제는 권한 중복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금융범죄를 전담한다고 하지만 이미 국가수사본부(경찰), 공수처, 금융감독원 등이 유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부패는 중수청, 나머지는 경찰”이라는 단순 구분만으로는 기관 간 갈등과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쟁점은 영장청구권이다. 헌법은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는데 중수청에는 검사가 없다. 공소청 검사를 거치면 기존 검찰 의존을 벗어나기 어렵고 중수청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면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 보완 입법 없이는 제도 시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예산 준비 부족도 심각하다. 수사관을 어디서 충원할지, 경찰과 어떻게 조정할지도 불투명하다. 청사와 전산망, 수사 인프라까지 모두 새로 마련해야 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도 뜨거운 논란이다. 민주당 개혁안은 검찰이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재조사할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입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일선 형사사건 처리의 지연 우려가 크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최근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길이 막혀 국민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1만여 건을 보완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고, 불송치된 사건 1000여 건을 추가 수사해 기소로 전환했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처럼 경찰이 단순 변사로 종결한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로 살인 혐의가 밝혀진 사례도 있다. 반면 개혁 추진 측에서는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검찰공화국으로 회귀한다”며 우려한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면 결국 검찰청 이름만 바뀔 뿐”이라며 “법률 자문 같은 다른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절충안으로 제한적인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경찰이 신속·성실하게 재수사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 고통만 길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사건 핑퐁’과 지연이 빈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가 제일 중요하지만 어느 기관에 어떤 기능을 맡길지, 보완수사권을 어떻게 할지, 경찰 견제는 어떻게 할지 등은 세밀한 검토와 논쟁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부실 수사를 막아 억울한 처벌과 유죄 놓침을 동시에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청을 폐지한다면 검찰이 그동안 수행하던 수사들을 어떻게 대체할지, 인력과 조직이 갖고 있던 노하우를 어떻게 가져올지 더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개혁이라는 명분도 좋지만 개문발차와 같이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이라면 이후 파생될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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