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성수기를 맞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6·27 부동산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9월 분양 예정 물량은 3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분양 예정 아파트는 총 53개 단지, 3만8979가구(임대 포함)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지 공급 물량은 1만1852가구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직방은 전국 35개 단지, 3만42가구(총 가구 수 30가구 미만 및 임대 단지 제외)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부동산 조사전문업체 리얼투데이는 9월 분양 물량과 관련해 총 51곳, 4만990가구(임대 포함·오피스텔 제외)가 공급된다고 밝혔다. 보통 9월과 10월은 건설사들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는 성수기로 꼽히면서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분양이 예고된 모습이다.
다만 분양 성수기에도 청약 결과는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청약 경쟁률 지표는 빠른 속도로 식고 있어서다. 지난 7월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08대 1을 기록했는데, 이는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 평형별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올해 8월 25일까지 모집공고가 난 전국 민간 아파트 기준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2대 1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하락 폭이 더 컸다. 1년 전 평균 10.3대 1이던 경쟁률이 올해는 5.5대 1로 절반 수준에 그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분양가를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고급화 경쟁이 맞물리면서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자 수요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8월 서울 아파트의 전용면적 기준 평당 분양가는 2007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8월의 1258만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59.5% 올랐다. 8월 분양가는 7월 대비 2.8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4% 상승한 수치다.
특히 84㎡로 환산한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16억8588만원으로 추정됐다. 송파구 잠실르엘이 ㎡당 2635만원을 기록하며 전체 분양가 상승을 주도한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6월 말 발표된 6·27 대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고, 규제 지역의 전세대출 활용도 차단되면서 자금 조달 창구가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여력이 크게 위축되자 가을 분양 성수기임에도 청약 열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분위기 반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년과 같은 청약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수도권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단지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겠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인 데다 고분양가 등이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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