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근무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에서 다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사고 사망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재해 예방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명 이상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총 32곳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55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도로공사(30명), 한국토지주택공사(29명), 한국농어촌공사(12명), 국가철도공단(11명), 한국철도공사(10명) 순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0년 42명에서 2022년 21명으로 줄었으나 2023년 27명, 2024년 30명으로 다시 늘었다. 정부가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했음에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이 밖에도 한국수자원공사(7명), 국방과학연구소·한국중부발전·한국관광공단(각 4명), 대한석탄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수산자원공단·한국어촌어항공단·분당서울대병원·새만금개발공사·한국공항공사(각 2명)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반복되자 공공기관의 안전 역량과 성과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안전관리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기관도 ‘보통’ 등급을 받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도의 목적은 사고 예방과 안전관리 강화지만 실제로는 ‘사망자가 발생했더라도 최소 3등급은 유지되는 구조’여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망자가 6명 발생한 한국수자원공사, 4명이 숨진 도로공사, 3명씩 사망한 한국전력과 국가철도공단 모두 3등급 평가를 받았다. 강원랜드, 국방과학연구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도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보통’ 수준으로 분류됐다.
발전사를 중심으로 한 산재도 계속되고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수원과 발전 5개사(동·남부·동서·서부·중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7월까지 재해 517건이 발생해 528명이 다치거나 숨졌다. 사망자는 5명이었으며 올해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에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는 근로자가 8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으며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한전KPS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특히 전체 사상자 중 84.7%(443명)가 하청(협력사) 노동자였고 사망자 5명 역시 모두 하청 소속이었다. 그러나 사고 517건에 대한 징계 처분은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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