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막 위의 기적, 현재 두바이와 한국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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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 대표] 

두바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사막 위의 기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이뤄왔다. 황량한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는 이제 의료, 과학, 교통, 문화의 중심지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에 있다.

두바이 헬스케어 시티(DHCC)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초기에는 국적별 병원이 제각각 진단을 내려 환자들이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지만,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글로벌 의료 관광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한국의 AI 의료 기술, 스마트 병원 솔루션, 원격진료 플랫폼이 결합한다면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혁신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한국의 ICT와 바이오 역량이 두바이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만나는 순간, 의료와 헬스케어의 미래는 한층 더 앞당겨질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두바이 사이언스 파크(DSP)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개소 당시 황무지에 불과했던 곳은 이제 35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입주한 첨단 산업 단지로 성장했다. 이는 “늦더라도, 달라지더라도 결국 해낸다”는 두바이식 시간 개념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게’ 흐를지라도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바이의 변화는 교통 시스템과 도시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자동 통행료 시스템 ‘살릭(Salik)’이 그 대표적 사례다. 살릭이 두바이 증시에 상장된 이후 요금 인상과 게이트 확대가 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 측면도 있지만, 도심 혼잡 완화와 재원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편리함 뒤에는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문화 영역에서 두바이는 한국과 더욱 가깝다. K-드라마와 K-POP은 중동 젊은 세대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K-콘텐츠의 역사극이 보여주는 궁중 문화와 전통 의상, 은유적 로맨스, 가족 중심의 가치관은 중동 사회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서예와 캘리그래피의 공통된 예술성, 자연과 조화로운 한옥의 미학은 사막의 도시에서 더욱 신비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는 곧 K-뷰티, K-푸드, 관광으로 확장되며 제2의 한류 붐을 완성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두바이가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자연과 전통’을 빼놓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프나무(Ghaf tree)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푸른 잎을 지켜내며 생명력과 지속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는 곧 사막 위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일궈낼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2019년 ‘관용의 해’ 로고로 쓰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모든 변화를 응축한 공간이 ‘두바이 미래박물관’이다. ‘2071’이라는 숫자는 UAE 건국 100주년을 넘어, 미래 세대를 향한 비전을 뜻한다.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가올 삶을 체험하는 ‘미래의 실험실’이다. 셰이크 모하메드가 남긴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은 두바이의 철학이자 앞으로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한국과 두바이의 협력은 이제 시작이다. 의료, 과학, 문화, ICT 등 양국의 강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두바이의 실험 정신과 한국의 혁신 역량이 만나 중동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막 위의 기적이 한국과의 협력으로 더욱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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