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이 좌초 위기를 맞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안전보장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자국의 합법적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오라고 맞받으며 양국 갈등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모든 외국군은 적법한 파괴 대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약 어떤 군대가 지금처럼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합법적인 파괴 목표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던 덴마크난민위원회(DRC) 소속 우크라이나인들을 미사일로 공격해 2명이 숨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에마뉘엘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26개국이 참여하는 안전보장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안전 보장의 형태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 존재하는 입장 차이를 부각시켰다”고 해설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전 보장을 종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나토식 집단방위와 유사한 형태의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직접 배치에만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초) 알래스카 양자 회담 이후 몇 주간 진전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유지 노력에 새로운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인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도 사실상 결렬되는 양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준비가 다 됐다면서도 “최적의 장소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라고 언급하는 등 사실상 회담에 임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회담을 지연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회담이 이뤄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나를 모스크바로 초대하라”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바티칸, 스위스, 튀르키예, 걸프 국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푸틴 대통령)가 키이우로 올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매일 미사일을 맞고 공격받는 상황에서 테러리스트의 수도(모스크바)로 갈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푸틴 대통령의 모스크바 정상회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사실상 회담 성사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를 위한 외국군 규모가 수천 명은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헝가리와 접경한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담하고 나서 안전보장군 규모에 대해 “약간 정도가 아니라 분명히 수천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즈호로드를 방문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도 만났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시설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과 AP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피초 총리와 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우리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며 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美, 정치적 결단 내린다면 북극 공동 개발 가능”
한편 푸틴 대통령은 북극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지만 미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 활동 참가자 수준에서 (미국) 기업들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또한 준비돼 있지만 그곳(미국)에서 정치적 결단이 내려진다면 우리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그리고 우리는 북극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극 지역은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북극해의 빙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자원 채굴이 쉬워졌고, 그동안 얼어붙었던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서 물류 역시 용이해졌다.
러시아는 자국 천연가스의 80%, 석유의 17%가 북극 지대에 있다고 강조한다.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전기차·배터리 핵심 광물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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