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력관리를 빌미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에 진행하는 사업은 물론 인사 상황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지나친 간섭'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4대 과기원이 대외 활동과 행사, 내부 인사 발령까지 부처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대변인실을 통해 홍보 자료만 전달됐지만 최근에는 담당 과가 직접 주 단위로 내부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원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가 과기원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규 사업 추진까지 보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자율성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법 제11조의 3항에 따르면 과학기술원은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설립된 법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고 체계 강화가 이런 자율성 보장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 과기원은 최근 신규 사업을 추진하다가 일정을 미뤄달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에는 자유롭게 홍보하던 홍보 자료도 최근 한 달 사이 과기정통부에 모두 보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일부 과기원은 자료 배포 전 추가적인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치는 등 이전보다 위축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 과기원 간 관련 행사 등 주요 사안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며 "총괄 관리 부처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과기원이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유명 과학 유튜버를 특임교수로 임용했다는 사실이 먼저 알려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 관리 공백을 메우려는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현황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관리 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 활동 성과 등과 같은 자료는 자유롭게 홍보하는 상황"이라며 "과기원 인사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으나 관리기관으로서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도 통제 아닌 정보 공유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과기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기정통부를 잘 아는 한 전문가는 "4대 과기원이 다른 사립대학과 비교해 막대한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 받고 있어 공공 재원의 사용에 대한 책무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과기원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구결과의 수월성, 국제적 경쟁력 등 일반 평가지표와 덧붙여 과기원별 지역적 특성에 기반한 차별화한 평가기준을 세워 평가 결과에 따른 관리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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