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의 그림자가 수도권에서 짙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11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 대책에서 제외되면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입지에서 악성 미분양이 증가해 주택 시장의 뇌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의 악성 미분양은 711가구로 전월 대비 6.6%(44가구) 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9월(808건)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로, 서울 전체 미분양(1033건)의 68.8%에 달한다.
서울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지난 2023년 12월 기준 431가구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 633가구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3월을 제외하면 매달 증가 추세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자치구는 강동구로 328건에 달했고, 이어 강서구(145건), 도봉구(66건), 구로구(59건)의 순이었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 추이도 심상찮다. 7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총 1만3283가구로 전월 대비 4.7% 감소한 반면, 악성 미분양은 6월 4396가구에서 7월 4468가구(경기 2255가구, 인천 1502가구, 서울 711가구)로 오히려 1.6% 증가했다.
서울의 악성 미분양은 대부분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과 나홀로 단지 위주로 분포됐다. 2~3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 상대적으로 고분양가로 분양된 곳들도 미분양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지난 7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한 달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지난해 도입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이 사실상 크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정부 미분양 대책에서도 제외된 데다 계약률과 분양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미분양 증가세가 계속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도권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전 분기 대비 3.1포인트(p) 하락한 78.4%를 기록했다.
대출규제와 고분양가 영향으로 청약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미분양 해소마저 지연될 경우 많은 건설사들이 공사미수금 증가와 그에 따른 유동성 저하, 부채 부담 증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준공 전·후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는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도권까지도 미분양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분양이 쌓이면 향후 주택 공급까지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만큼 수도권에 대해서도 취득세 혜택 등 맞춤형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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