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APEC 계기 김정은 만남 추진 권유…트럼프 "슬기로운 제안"

모두발언·약식 회견·확대 정상회담 등 2시간 넘게 대화

이재명에 "위대한 지도자…美로부터 완전한 지원 받을 것"

대통령실 "합의문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 잘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도 제안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각자 모두발언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이후 양국 취재진과 약식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캐비닛 룸에서 참모진과 함께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이날 낮 12시 43분쯤부터 시작해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고, 교역과 관세 협상에 대한 간단한 점검을 했다"며 "이어 두 정상은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났던 일을 들려주면서 자신이 대통령직을 하지 않던 기간 북한의 핵 위협이 확대됐다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에게 중국과 북한의 관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오는 10월 말에 열리는 경주 APEC에 초청했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권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건 어떻겠냐는 일종의 선후 관계가 있는 제안이었다"며 "그래서 아마도 그 부분은 연동이 돼서 움직이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을 추어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는 관세 협상을 포함한 경제 현안,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안보 현안 등에 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특별한 이견이 없이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것에 양자에서 일단 공감한 상태로 끝났다"며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됐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또 "아예 농산물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길게 진행된 오찬 회의를 아쉬워하며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면서 이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고 부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후 집무실로 돌아가 조지 워싱턴 링컨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직접 소개하고,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진첩에서 봤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습 사진이 실린 책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참모진에도 모자와 골프공, 골프 핀, 와이셔츠, 커프스 스핀 등을 줬다. 

이 대통령은 오정철 HD현대중공업 명장이 만든 금속 거북선, 대통령 역임 차수와 이름을 각인한 국산 퍼터, 빨간색 카우보이 '마가(MAGA)' 모자를 제공했다. 공식 행사 시 서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펜은 선물용으로 준비된 것은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