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의 한 염판에서 기계를 이용해 소금을 모으고 있다. [영상=조현미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8/25/20250825110304395962.gif)
"서울 여의도 면적보다 두 배 넓은 공간에서 세계 최고의 천일염을 만들어 냅니다."
지난 21일 찾은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462만㎡(약 1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염전이다. 태평염전은 인위적 가공 없이 바닷물을 그대로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을 매년 1만4000톤(t) 생산한다.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약 6%다. 특히 갯벌을 다져 만든 염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토판천일염'은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품질도 우수하다. 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다. 태평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을 가공하는 생산시설은 2006년 국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았다.
김상일 태평염전 대표는 "태평염전에서 나오는 천일염은 미네랄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며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과 미국 등 전 세계에 수출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신안군은 170억원을 들여 신안 압해읍에 천일염종합유통센터를 건립했다. 국제식품규격(CODEX) 염도 기준인 97% 이상을 충족하는 수출용 천일염을 만드는 생산시설이다. 황동식 신안군 천열염지원과 팀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며 "국제규격에 맞춘 만큼 수출 물량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평염전 역사는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 갯벌에 염전을 만들어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게 시초다.
현재 이곳에선 소금장인들이 태평염전 소유의 염판을 빌려 천일염을 생산한다. 임차인 24명 가운데 11명은 가족 사업으로, 나머지는 외부 근로자를 소수 고용해 소금을 만든다. 노동집약적이던 과거와 달리 자동화 장비가 상당 부분 도입돼서다. 염판 바닥에 있는 소금 결정을 한 곳으로 모으는 대파 작업, 이렇게 모은 소금을 적재함 등에 담는 과정 모두 반자동화했다. 적재함에 쌓인 천일염을 보관 창고로 운반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4대째 천일염 가업을 잇고 있는 박형기 장인은 "할아버지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 생산 방식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자동화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제는 많지 않은 인원으로도 천일염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모습 [사진=조현미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8/25/20250825105301675350.jpg)
최근 증도는 다시 한번 시선을 모았다. 1970년대 증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해저유물 이야기를 다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파인'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태평염전 천일염 제품 인도보류명령(WRO) 때문이다. CBP는 2021년 태평염전 한 임차인의 강제노동 사건을 문제 삼으며, 지난 4월 이 지역 천일염에 대해 수입 억류 조치를 내렸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염주와 즉시 임대계약 관계를 해지했고, 재발 방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수출이 재개될 수 있게 지난달 초 CBP에 인도보류명령에 관한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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