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아파트 화재로 부모 없이 집에 있던 초등학생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야간 돌봄 공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아이의 부모는 야근 중이었고, 인근 주민들이 화재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맞벌이·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늦은 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전국 마을돌봄시설 이용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오후 8시 이후 연장돌봄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야간 시간대 돌봄 사각지대 실태를 파악하고, 공적 돌봄체계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문은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이용하는 부모 2만51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이들 시설은 대부분 오후 8시까지만 운영된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4.4%인 1만6214명이 “야간에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적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평소 상시 돌봄 수요는 오후 4∼7시에 집중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할 공적 안전망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높았다. 현재는 친척이나 이웃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응답이 62.6%로 절반을 넘었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비율도 25.1%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를 맞벌이·한부모 가정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센터 연장 운영’이었다. 오후 10시까지 시설을 여는 방안에 41.7%가 긍정적이었으며 방문 돌봄서비스(28%), 친척·이웃 돌봄 지원 강화(24.1%), 자정까지 센터 운영(14.8%)이 뒤를 이었다. 다만 늦은 시간까지 돌봄을 맡겼을 때 아이들 생활 패턴 변화(55.5%)와 귀가 안전 문제(55.1%)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복지부는 현재 5500여 곳 중 218곳에서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예산·인력 부족으로 모든 시설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내년까지 시범사업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하고, 방문 돌봄과 지자체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해 야간 긴급 돌봄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늦은 시간까지 생업에 종사하는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력해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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