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석화업계 작심 비판…"뼈를 깎는 자구노력 선행돼야"

  • 일부 볼멘소리에 권대영 부위원장 "안일한 인식에 유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이 공식화하면서 금융권도 지원사격을 준비하고 나섰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의 강력한 자구노력·책임 이행과 타당한 사업재편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금융권과 석유화학 사업재편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 모인 자리에서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 구체적이고 타당한 계획, 신속한 실행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부위원장은 ‘선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 방침과 관련해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비판했다. 그는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석유화학 사업재편 3대 원칙으로 △강력한 자구노력 △고통 분담 △신속 실행 등을 제시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시장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익은 자기 것으로, 손실은 모두의 것으로 돌리는 행태는 시장과 채권단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은 원칙에 입각해 석유화학업계의 노력과 성과를 엄중히 관찰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처럼 금융권이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석유화학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주요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금융권 위험 노출액이 30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 익스포저가 동시다발로 부실화하면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공급과잉, 원가경쟁력 저하 등 영향으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3771억원, HD현대케미칼 2886억원, SK지오센트릭 1708억원, 여천NCC 1567억원 등 올해 상반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대기업집단의 현금 창출을 책임지던 석유화학 계열사가 그룹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강경 기조 속에서도 금융권은 사업재편 계획이 타당하다면 채권금융기관이 공동협약을 체결해 금융 지원에 나서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때에도 기업과 대주주의 강력하고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금융권은 공동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금융 지원 신청 시 기존 대출을 우선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도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며 “지역경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금융권이 특별히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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