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충북 제천시의 e스포츠를 향한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인 ‘제17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역량을 입증한 제천시가 이제 300억원 규모의 상설경기장 건립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상이 아닌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한 필연적인 다음 단계다. 제천시가 어떻게 중부 내륙의 불모지에서 e스포츠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지 김창규 제천 시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봤다.
제천시의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2023년부터 ‘제천시장배 전국 e스포츠대회’와 ‘중부권 e스포츠리그’를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며 기반을 다졌다. 그 과정의 정점은 올해 유치한 대통령배 KeG였다. 전국 17개 시도 대표 선수단과 임원 등 100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형 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제천시는 대회 유치 및 진행 역량을 전국에 각인시켰다.

김창규 시장은 “e스포츠에 관심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23년도 즈음으로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자랑스럽게도 올해 개최된 제17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유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며 이러한 성과가 상설경기장 건립 추진의 강력한 동력이 됐음을 시사했다.
제천시는 연면적 4000㎡, 지상 2층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e스포츠 경기장을 구상하고 있다. 1층 500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2층 200석 보조경기장은 물론 시민들이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실내체육시설, 체험공간, 공연시설까지 갖춘다. 이는 e스포츠를 소수 마니아의 문화가 아닌 지역 사회 전체가 향유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에 대한 고민도 깊다. 김 시장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들의 기존 경기장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냉철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연간 40회 이상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등 인기 프로 리그는 물론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 같은 공익적 대회까지 포용해 경기장 가동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 e스포츠 대회, 종목별 월드챔피언십 같은 국제 규모의 대회까지 유치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혀 제천의 목표가 국내에 머물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운영 방식은 전문 기관 위탁을 통해 효율성을 꾀한다. 김 시장은 “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들을 고려해 전문 운영기관을 통한 효율적이고 전문성 있는 운영을 계획 중”이라며 “전문기관이 생기면 경기장 운영뿐 아니라 e스포츠 관련 콘텐츠 사업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인재 양성’과 ‘산업화’다. 김 시장은 경기장이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게이머 초청 실전 교육부터 상설 e스포츠 교육장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풀뿌리부터 아마추어, 프로까지 지역 청년들의 e스포츠 꿈과 열정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린이 대상 (인공지능)AI 코딩 교육, 노년층을 위한 바둑·장기 등 실버 e스포츠까지 접목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로 뿌리내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제천시는 대회 개최 도시를 넘어 e스포츠 콘텐츠 산업의 허브를 지향한다. 김 시장은 “경기장은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게임에서 파생되는 개인방송, 정규방송, 콘텐츠 프로그램까지 제작·중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5인 미만 소규모 개발사부터 중견 기업까지 게임 관련 기업을 유치해 ‘중부내륙 e스포츠의 실리콘밸리’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확보는 가장 큰 현실적 과제다. 현재 사업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국비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제천시는 KTX로 서울에서 1시간 내 도달 가능한 교통의 요지라는 강력한 이점과 이미 여러 전국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해온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김 시장은 “콘텐츠가 지배하는 가까운 미래에 e스포츠는 그 중심에 설 것이고 제천시는 상설경기장을 기반으로 중부내륙 e스포츠 문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청풍호, 국제음악영화제 등 제천의 풍부한 관광·문화 자산이 e스포츠와 결합한다면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시장은 “우리 제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이 관광지 자체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300억원 예산 확보라는 큰 산이 남아있지만 제천시는 대통령배 KeG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닌 검증된 실력과 구체적 로드맵을 갖춘 제천의 도전이 대한민국 e스포츠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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