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00m 결정질암 확인...태백 지하연구시설, 방폐장 개발 '첫발'

사진원자력환경공단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시추현장에는 시추봉들이 쌓여있다.[사진=원자력환경공단]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해발 750m 고지에 자리한 시추 현장. 지난 13일 깊은 산속을 뚫고 들어간 자리에는 팔뚝 굵기의 시추봉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태백시와 함께 부지 평가 기술·안전성 평가 기술 개발을 위해 시추봉을 이용, 지하 1km 아래 암반까지 뚫어 지질 형질을 분석하고 있다.

올해부터 진행된 시추 결과, 4개 시추공 모두 경암 조건을 충족했다. 공단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마지막 주관적인 토론을 거쳐 암종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부지에는 지하 500m 깊이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구축하기에 앞서 실험 목적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이 지어질 계획이다. 부지 전체에 대한 3D 모델링을 위해 매일 8~20m가량 시추를 추가적으로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태백시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최종 확정했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고준위 방폐장과 유사한 심도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지질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처분 시스템 개발을 위한 순수 연구 시설이다. 고준위 방폐물이나 사용후핵연료는 전혀 반입되지 않는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에서는 한국 고유의 암반 특성과 한국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스템의 성능 등을 검증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6년 착수, 2033년부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조감도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조감도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다만 '부지 적합성' 논란은 사업 초반부터 불거졌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구축 지역은 단일 화강암으로만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가운데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에는 퇴적암 등 여러 암석이 뒤섞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환경공단은 "현행 기술 기준에 따르면 태백 부지가 조건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핵심 평가 기준은 처분고 예상 위치에 단일 기반암이 존재하는 여부다. 공단은 지하 500m 이하 심도에서 시추조사를 실시해 이를 확인했으며, 조사 결과 심부 482~518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결정질암 기반암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하 공단 고준위기획실 URL 추진팀장은 "처분고 예상 심도에서 결정질암이 충분히 분포하고 있다"며 "일본, 스위스 지하연구시설 등에도 처분심도 상부에 다양한 암종이 혼재하고 있으며 연구에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하 지질환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추조사 등 현장조사가 필수"라며 "시추조사 결과 등을 반영한 면밀한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고, 특히 2차 평가는 평가항목의 특성, 평가 참고자료, 다목적방사광가속기 등 연구시설 부지선정 사례를 참고해 산식을 활용한 평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평가를 진행했다"고 했다. 

부지조사 분과위원장인 권상훈 연세대 지질학과 교수 역시 "연구시설이나 처분시설 모두 반드시 단일 화강암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주어진 지질 조건이 얼마나 적합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태백시는 이러한 논란에도 지역 경기 회복을 위해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학조 태백시 국가정책추진실장은 "석탄산업으로 탄생한 태백시는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지역경제가 급격히 무너졌다"면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이 새로운 정주 여건을 마련하고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전환점이 될 것"라고 기대했다.

다만 태백시는 고준위 방폐장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태백시 관계자는 "장성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어려워서 방폐장을 유치하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폐광 지역은 법적으로 방폐장 설치 불가능하며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원자력안전법상 방폐장처분시설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방폐장 부지에 대한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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