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3위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여천NCC가 운영자금 부족에 따른 부도 위기에 내몰리며 석유화학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여천NCC 외에 다른 주요 석화 기업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전기료 감면, 공정거래법 완화 등 석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10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중국발 에틸렌 기초유분 공급 과잉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21일까지 운영자금 31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전망이다.
이에 여천NCC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한화그룹(한화솔루션)과 DL그룹(DL케미칼)이 여천NCC 지원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양측 입장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천NCC는 합작 계약에 따라 양대 주주가 합의해야 증자와 자금 대여를 할 수 있고, 한 주주가 단독으로 관련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화그룹은 운영자금 대여와 생산량 감축 등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기로 하고 지난달 말 한화솔루션 이사회를 개최, 1500억원 규모 추가 자금 대여를 결의했다. 양대 주주가 총 3000억원을 지원해 8월 디폴트 위험을 넘기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한화그룹 측 분석이다.
반면 DL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금 대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여천NCC 정상화를 위해 각각 1000억원 증자를 한 상황인 만큼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천NCC를 살리려면 이번 주 중에는 양측이 극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한화·DL그룹은 과거 에틸렌 공급가와 이에 따른 여천NCC 현금흐름 상황을 놓고 견해차가 커 실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여천NCC에서 생산된 에틸렌 기초유분은 전량 한화·DL그룹으로 공급됐다.
여천NCC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2022년 이후 지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회사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지난주부터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석화업계에선 3공장 가동 중단에도 공급과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롯데케미칼은 8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여천NCC 3공장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연간 47만t이지만 1·2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실제 감산분은 연간 18만t으로 추정된다"며 "감산으로 에틸렌 가격이 약간 나아지겠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에틸렌 생산능력 국내 1·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지속해서 자산 매각 및 유동화에 나서면서 버티기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영업손실 2449억원으로 집계되며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LG화학도 올 2분기 석화부문 영업손실 904억원을 기록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적자로 국내 주요 석화업체들의 재무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 석화산업 통폐합 계획 수립이 늦어진다면 적어도 3분기 중에는 여수·울산·대산 석화 산업단지에 대한 전기료 감면 정책이 나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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