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현금배당을 많이 하는 상장기업 주주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과세가 아닌 별도 과세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배당수익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춰 기업에는 더 많은 배당을 유도하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따른 세 부담은 '찔끔' 낮아지고, 배당 확대 유도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에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증시 활성화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인한 세 부담 인하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은 기본적으로 현금 배당액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어난 기업이다. 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에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늘어난 법인이어야 한다. 이들 상장사에서 배당을 받는 투자자가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먼저 연봉이 1억원이고 배당소득이 5000만원인 A씨를 가정해보자. 현행 세법은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로 과세한다. A씨는 2000만원까지 배당소득에 14%가 일률 과세된다. 2000만원 초과분인 3000만원은 근로소득과 합산해 1억3000만원에 대해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를 계산하면 총 세액은 4830만원이다.
그러나 종합소득과세 때 배당세액공제(그로스업)가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 그로스업은 법인이 부담한 법인세를 주주의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해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따라 배당가산율도 10%에서 11%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종합소득세 적용 세액은 더 줄어들어 분리과세 도입 시 세액과 격차가 줄어든다.
별도 근로소득 없이 배당소득만 5000만원인 은퇴자 B씨는 분리과세 도입 시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종전 종합소득과세는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시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한 후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해 나온 산출세액과 원천징수세액을 비교해 둘 중 큰 금액으로 소득세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B씨는 2000만원을 제외한 3000만원에 대해 과세표준세율 15%를 적용받아 약 73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B씨는 20% 세율을 적용받아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A씨와 B씨 사례처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해도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높이면 대주주는 기존 최고 45%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데 35% 세율로 과세돼 세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종합소득과세 시 그로스업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고세율이 45%인 종합과세구간에서 그로스업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적용 세율은 38.95%가 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분리과세 취지인 기업의 배당성향 확대를 유도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해온 방식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비상장법인 성장 전략"이라며 "이후 비상장 주식을 매각할 때 약 27.5% 수준의 양도소득세만 부담하면 되므로 배당을 통한 현금 확보보다 여전히 비상장 법인을 키운 뒤 매각하는 방식이 유리한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정책 취지와는 달리 대주주의 배당 유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만약 최종안에서 배당성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가 확대된다면 국내 배당, 가치주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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