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업체들, 한전 입찰 제한 가처분 인용…매출 공백 우려 일단 해소

  • 정부 '에너지고속도로' 수주 경쟁 복귀

  • 본안 판결 따라 재제재 가능성도 거론

효성중공업이 지난 2023년 스코틀랜드에 공급한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2023년 스코틀랜드에 공급한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국내 주요 전력기기 제조사들이 한국전력공사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조치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잇따라 인용되면서, 당장 예상되던 수천억원 규모의 수주 차질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 수주 경쟁에도 다시금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제재가 다시 부활할 수 있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전력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한국전력의 입찰 제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받았다고 공시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하루 전 같은 내용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으며, LS일렉트릭 등 나머지 전력기기 제조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법원 판단을 구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18일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을 포함한 총 9개 전력기기 제조사에 대해 향후 6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전이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사업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총 5600억원 규모의 담합, 총 3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한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입찰 제한을 통보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입찰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제재 효력을 우선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제재는 사실상 유예된 상태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입찰 제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본안 소송의 경우 수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적 대응으로 제재 효과를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전력기기 업계는 최악의 수주 차질은 피하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 발주 물량 중 입찰 제한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수주 규모는 HD현대일렉트릭 약 1445억원, 효성중공업 약 1987억원, LS일렉트릭 약 670억원 수준이다. 이는 이들 기업 전체 매출의 6~7% 수준에 해당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공백이 생길 경우 실적과 신뢰도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포함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 구축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 시장에서의 입찰 기회를 놓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뼈아픈 손실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 송전망 교체, 계통망 확충,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인프라 고도화 로드맵’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여기에 따른 수십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구축 사업이 향후 본격화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한전과의 협력 여부는 전력기기 제조사들의 실적과 시장 점유율에 직결되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가처분 인용으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제재가 다시 적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공시장에서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력과 투명경영, ESG 기반의 내부 시스템을 강화해 유사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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