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200조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99조3406억원)보다 6631억원 불어났다. 화폐 사용이 줄고 소비 여력도 축소됐지만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월간 200조원을 돌파했다.
화폐발행잔액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한은으로 환수되지 않고 실제 유통 중인 현금 규모를 뜻한다. 2017년 1월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약 8년 만에 2배가 됐다.
통상적으로 화폐발행잔액 증가는 물가 상승, 경제 성장, 거래 규모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고물가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하 기조가 현금 보유 및 예비용 수요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뒤, 유통 화폐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90조4447억원이던 화폐발행잔액은 12월 193조1519억원, 올해 1월 199조5982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5만원권의 집중적인 수요가 증가했다. 5만원권 발행잔액은 지난해 6월 165조9285억원에서 지난달 179조1170억원으로 약 14조원 늘면서 전체 발행액의 89%에 달했다. 권종별로도 지난달 전체 발행장수 70억4800만장 가운데 5만원권은 36억6600만장으로 과반을 넘겼다.
5만원권 쏠림 현상은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소액권 수요가 감소하고, 고액권을 통한 예비용 수요가 증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큰 화폐단위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며 "1만원짜리 5장과 5만원짜리 1장은 완전대체재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고액권 편중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통화(M1) 기준으로는 유동성이 1400조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200조원으로 줄어든 상태"라며 "유동성 전체로 보면 지금은 역사적으로 아주 높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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