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는 기업 실적(펀더멘털)보다 '달러 약세'에 따른 비(非)달러 자산선호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증시 강세의 배경에는 환율 변화, 특히 달러 약세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 2~3년간 원·달러 환율의 흐름이 국내 주가의 핵심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9일 연중 최고점인 1487원까지 치솟았을 때 코스피 지수는 연중 저점인 2293.70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후 6월 초 135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다 최근 1390원대로 반등했다. 코스피 급등세도 이 흐름과 비슷하게 다소 잠잠해졌다.
김 센터장은 "환율과 코스피 흐름이 거의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달러 흐름에 따라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198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등 달러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는 예외 없이 오름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약달러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달러가 약해지면 그 흐름이 몇 년은 이어졌다"며 "공화당 집권기 땐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인 달러 약세를 용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스티브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주장한 '미란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 정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5위권으로 나타났다. 자메이카·슬로베니아 등 신흥 소규모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많이 오른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국내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도 올 상반기 들어 다시 하향 조정되는 실정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5.94%, 46.6% 줄었다.
이처럼 실적과 성장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지수가 급등한 배경으로 김 센터장은 "글로벌 자금 흐름상 달러 약세가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를 키웠다"며 "한국 시장이 대표적인 수혜처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 약세가 유동성을 미국 밖으로 흐르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산시장 버블도 형성된다"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돼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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