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폴란드 관계 발전 속 문학 교류 주목…바르샤바에 부는 K문학 바람

바르샤바 주폴란드한국문화원 외관과 이당권 원장 사진주폴란드한국문화원
주폴란드한국문화원 외관과 이당권 원장. [사진=주폴란드한국문화원]


‘먼 유럽의 나라’로 여겨졌던 폴란드가 최근 한국과의 관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당권 주폴란드한국문화원장은 최근 AJP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사회에서 꾸준히 쌓여온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문학을 계기로 더욱 확산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양국 간 문화 협력이 한층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9년 수교 이후 양국은 관계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지난 3월 양국 외교장관이 서명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 체결과 방산 협력을 계기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K2 전차 등 한국 방위산업의 최대 규모 수출 대상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문화 교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문학’이 있다.


폴란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문학의 나라다. 1905년 헨리크 시엔키에비츠를 시작으로 2018년 올가 토카르추크까지 다섯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세계적인 작가들도 꾸준히 활약해왔다. 언어와 문학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지켜온 폴란드의 역사적 맥락은 한국 현대사와도 맞닿아 있으며,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정서는 한국 문학이 다뤄온 주제들과도 깊이 통한다.

이 원장은 “비슷한 역사적 흐름을 겪어온 두 나라가 문학이라는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중부유럽 최초로 설립된 주폴란드한국문화원은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말 시작된 문학 동아리는 최근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매회 30명이 넘는 인원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토론을 이끌고, 문학을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해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에 대한 폴란드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바르샤바에 체류하며 집필한 산문소설 『흰(HYNN)』은 현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시적인 문체로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은 2025년 5월 열린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초청됐다.


이 원장은 “2023년 처음 도서전에 참가했을 때부터 현지 관람객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전시 연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 문학 콘텐츠의 수준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2024년 초 주최 측으로부터 주빈국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안 시점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전이었지만, 수상 이후 도서전 현장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58년 시작된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은 매년 약 12만 명 이상이 찾는 중·동부 유럽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2025년 행사에는 20개국에서 620여 개 출판 관계사가 부스를 열고, 1,000명 이상의 작가와 특별 게스트가 참가했다.


올해 도서전에는 김호연, 정보라, 박상영 등 여러 한국 작가들이 참석해 관람객과 활발히 소통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 주요 프로그램은 모두 매진됐고, 사인회도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문화원은 도서전 이후 더욱 커진 한국에 대한 관심 속에서 한국 문학과 문화를 알리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 원장은 “폴란드에서 열리는 다양한 도서전과 문학 행사에 한국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를 자발적으로 알아가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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