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SKT)이 대규모 해킹 사고로 인해 고객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파격적인 위약금 면제 정책을 통해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섰다.
SKT는 9일 군 복무, 해외 체류, 장기 입원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지정된 기간 내 해지하지 못한 고객에게도 위약금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이용자들은 병적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서, 입원사실확인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사유가 해소된 후 10일 이내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사실상 해지시한을 무기한으로 정하면서 위약금 면제 책임을 진다는 방침이다. 위약금 면제 대상도 지난 4월 18일 이전 약정 계약을 체결한 이용자 중 7월 14일까지 해지를 완료하지 못한 고객으로 확대됐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민관합동조사 결과 SKT의 보안 관리 소홀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되면서, 정부는 SKT에 위약금 면제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SKT는 고객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삼아 정책을 대폭 확대했다. 이번 조치는 통신재난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한 첫 사례가 될 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반의 정보보호 체계와 고객 보호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기한을 놓친 고객들에게도 공정한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주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SKT의 귀책 사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초기 조사 단계에서는 추가 해킹 가능성을 배제하며 SKT의 책임을 단정 짓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정밀 조사에서 보안 관리 미흡이 명확히 드러나자 입장을 바꿔 위약금 면제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위약금 면제에 대한 강한 요구가 이어지자, SKT는 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SKT는 민관합동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용자 보상안, 정보보호 역량 강화, 위약금 면제 등 세 가지 대책을 공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피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이용자 보상안에는 총 5000억원이 투입되며, 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5년간 7000억원을 투자해 보안 시스템을 전면 개선할 계획이다. 또 약정 고객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위약금 면제 정책도 함께 시행된다. 이번 조치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SKT의 의지를 보였다.
SKT는 이러한 대책을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으로 명명하며 구체적으로 침해사고로 인한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고객 안심 패키지’, 전사적 정보보호 체계 혁신을 위한 ‘정보보호 혁신안’, 전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 감사 패키지’, 약정 고객을 위한 ‘위약금 면제’ 등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SKT는 이번 위약금 면제 정책이 단순히 외부 압력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SKT 관계자는 “군 복무, 해외 체류, 장기 입원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지 기한을 놓친 고객들을 배려하기 위해 막판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특히 장기간 SKT를 이용해준 고객이라면 해킹 사고 여부와 관계없이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역시 단기적인 매출 손실보다는 장기적인 고객 신뢰 회복이 회사 성장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영상 SKT 대표는 과거 위약금 면제 요구에 대해 매출 손실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주 그는 “단기적인 재무적 손실은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T는 이번 조치로 인해 약 1조2000억원의 비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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