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은 자국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압박한 것이다. 한·미 양국 간 통상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거기에 (미군이) 머물렀다”며 “하지만 그들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정말 잘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며 한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요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방안을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토는 최근 2032년까지 직접 군사비로 GDP의 3.5%를 지출하고 1.5%는 안보 관련 분야에 추가로 지출해 5%를 맞추겠다고 뜻을 모았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3% 수준인 61조원이며,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1조4000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언급하며 “나는 한국에 ‘우리는 당신은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 따라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고, 만족했다”고 말했다. 대선 유세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으로 부르며 꺼내들었던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다소 과장됐다는 평가다.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원)의 인상을 요구했다. 주한미군 실제 규모를 부풀려서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주한미군 4만5000명(실제로는 2만8500명)이 있다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하며 주한미군 규모를 잘못 말해왔는데 이 수치가 자신의 머릿 속에서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채 잘못 입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를 고의로 부풀려서 강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압박에 나선 것은 한국과 일본을 상호관세율 일방 통보의 첫 타깃으로 삼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 따르면 한·일 두 나라 모두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일본에는 기존에 예고됐던 상호관세(24%)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된 관세율이 통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에 관세 서한에서 정한 관세 부과 시점인 다음 달 1일에 대해 “연장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