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의 한 민간기업이 해양수산자원관리공단과 협력해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해양식물 ‘잘피(Zostera marina)’를 180만 개 이상 대량 생산해 낸 기업이 있다.
부표를 따라 작업 중인 직원들 틈에서 땀을 훔치던 갱본의 주현승 대표는 말했다. “지금 이 바다, 몇 년 전까진 잘피 군락이 정말 풍성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살려보기로 한 겁니다.”
잘피는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처가 되는 ‘블루카본’의 대표 식물이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씨앗 발아율이 2%도 안 돼, 그간 복원은 주로 성체 이식에 의존해 왔다.

“아예 씨앗을 포기하고 묘목만 심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우리는 포기 안 했습니다.”
주현승 대표는 이 어려운 문제를 육상 양식 기술로 정면 돌파했다. 여수의 한 양식장 안, 온도·염도·조도까지 정밀하게 조절된 수조 속에서 잘피 씨앗이 싹을 틔웠다. 그렇게 키운 씨앗은 180만 개. 이 중 상당량은 직접 바다에 뿌려졌고, 발아율은 무려 14% 이상. 육상에서 모종으로 키운 일부는 4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과다.
그럼에도 정작 이 기술이 꽃핀 여수시는 조용하다. 관련 제도도, 보호구역도, 지원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통영에서 성체까지 키워내고 있어요. 그런데 여수는 기술은 만들고, 성과는 다른 지역에 넘겨주는 꼴이 될까 걱정입니다.” 주 대표의 말끝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또 “여수는 김, 전복, 미역 등 해양 자원을 먼저 키우고도 관리 부실로 브랜드를 잃어버린 적이 많았다”며 “잘피마저 같은 길을 걷게 둘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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