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을 시작한 기억이 없어요. 그냥 늘 그리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공을 차며 놀았고, 저는 색으로 놀았어요. 제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어릴 적부터 그림이 곧 놀이였고, 삶의 일부였던 사람. 그녀에게 빛과 그림자는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니다.
“빛과 그림자는 구도 속에서 대비와 생동감을 만들어줘요.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빛과 그림자는 음악으로 치면 멜로디와 화음 같아요. 공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만들어내고, 보는 사람을 작품 속으로 이끌어줘요. 그게 작품의 영혼이에요.”
“공간을 보는 사람에게 열어두고 싶어요. 인물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 집중되잖아요. 저는 관람객이 그 자리에 자신을 놓기를 바라요.”

주제를 선택할 때에도 그녀는 이성보다는 직관을 따른다.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어요. 그냥 눈이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것에 반응해요. 결국 중요한 건 제게 울림이 있는가예요.”
그녀의 예술 세계에 가장 큰 울림을 준 작가는 에드워드 호퍼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다.
“호퍼의 빛과 고요한 긴장감은 저에게 큰 울림이 있었어요. 페르메이르도 마찬가지예요. 그의 실내 장면은 마치 속삭이는 시처럼 섬세하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마치 명상처럼 고요하다.
“관찰에서 시작해요.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며 구성을 천천히 쌓아가요. 마치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요.”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감정을 넣으려고 하진 않아요. 하지만 솔직하게 작업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요.”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지만, 그녀는 다르다.
“저는 거리를 두지 않아요. 오히려 삶 속에 머무는 게 제 창작의 원천이에요. 삶의 생생한 감각들이 제게 영감을 줘요.”
외로움이든 기쁨이든 설렘이든,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결국 작품 속에 스며든다.
“따로 표현하려 하지 않아도, 그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그림은 그녀의 언어였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제 삶의 중심이었어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제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죠. 기쁨과 슬픔, 고된 시기까지 늘 곁에 있었어요.”

물론,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빴던 시기, 창작이 막혔던 순간들… 그래도 언제나 다시 붓을 들게 되더라고요. 제게는 그림이 삶이니까요.”
예술가로서의 꿈을 묻자,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 꿈은 늘 그래왔듯이 진실한 태도로 그림을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창의성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전한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창의적인 무언가를 해보세요. 삶은 늘 바뀌지만, 그 작은 불씨만 지켜낸다면 언젠가는 큰 불꽃이 될 거예요.”
빛과 그림자를 멜로디와 화음으로 느끼는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 그녀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늘 바쁘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고요하고도 찬란한 아름다움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빛의 결을 따라, 언젠가 스스로도 몰랐던 내 안의 색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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