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후폭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가 늘어날수록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의 달러 의존도가 더 높아져 상황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급격하고 심각한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급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0% 상승하고(원화 가치 하락), 코스피 지수는 10%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기축통화인 달러 수요는 더 높아지고 비기축통화인 원화 수요는 반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달러 수요 증가는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가량 감소하고,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예측이다. 비공식 대외채무가 늘어나고, 국제통계와의 괴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고위험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코인 시장이 확대될수록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해외 자금 유출이 통화량에 더 큰 영향을 미쳐 통화정책이 의도한 효과는 반감되게 된다.
한은이 추진하는 디지털화폐(CBDC)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상용화만 되면 전 세계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개인과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발행 계획을 갖고 있는 CBDC와 디지털 토큰의 활용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 전파 경로를 약화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본 이동은 단순화·가속화되는 특징이 있어 위기 상황에 노출되면 국내 금융정책의 효과가 제한되고 환율 변동에 대응이 어려워지게 된다. 기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체계를 벗어난 자금 흐름이 확대될수록 통화량 관리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자국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신흥국에서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는 데는 기여할 수 있지만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성에는 도전 과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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