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권 예상과 같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당내 경선부터 확인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류가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는 탄핵 정국 내내 강조한 실용주의 기반 국정 운영,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표출한 내란 종식 의지 등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올해 초부터 줄곧 이념과 진영에 상관없이 실용주의로 성장을 이룩해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피력해 왔다. 이는 전통적 지지 기반인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 지지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만큼 중도층을 안는 것은 필수 조건이었다.
이 당선인은 당대표였던 지난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 공화국'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당시 언급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전통 속담으로 실용주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둘째날인 지난달 13일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경북 구미시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제 신발에도 빨간색이 들어 있지 않나"며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하얀 고양이면 어떻나"라고 재차 흑묘백묘론을 꺼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나"며 "필요하면 쓰는 것이고,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이면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비상계엄에 대한 단호한 태도도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12일 광화문광장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닌 내란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헌정 질서와 민생을 파괴한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이라고 역설했다. 전날 여의도광장에 진행된 마지막 유세에서도 "내란을 끝낸 국민 승리의 날로 기록될 것인지, 내란 세력이 부활한 날로 기억될지는 우리 모두의 실천과 행동에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4월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주요 지역에서 진행된 민주당의 4차례 순회 경선은 '어대명'의 시작을 알렸다. 이 기간 이 당선인은 모두 88%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고, 최종 결과 89.77%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고 득표율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지난달 28일 전까지 이 당선인은 40% 중후반대 지지율로 선두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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